[열린 시선/양지운]활발한 소비가 전통문화상품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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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운 공예 작가
양지운 공예 작가
이달 초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대통령의 동남아 3국 순방길에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영애에게 줄 선물로 필자가 만든 공예 작품 ‘세라스톤 다기 세트’가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불과 두 달 전에는 파리에서 개최된 디자인 전시 ‘메종&오브제’에서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자의 노력과 열정만으로는 이러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널리 알리는 사람, 그리고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이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사람을 연결하고 매듭을 짓는 역할에는 정부가 큰 몫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고 있는 우수문화상품 지정제도는 우리 문화상품을 널리 알리는 제도다. 한국의 문화 가치가 담긴 우수상품을 대표 문화상품으로 지정하고, ‘케이-리본(K-Ribbon)’ 마크를 부여해 국내외 확산을 지원한다. 필자의 경우 전통 상감기법에서 착안한 금연마상감기법으로 제작한 ‘세라스톤’ 시리즈가 우수문화상품으로 지정돼 국내외에 선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런 제도는 공예 작가들에게 든든한 후원자와도 같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저품질의 기념품이 범람하는 시장에서 우수문화상품 지정제도는 한국 문화를 온전히 담아낸 상품을 만들고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공예 작가 대부분이 1인 작업실을 운영하기 때문에 간과하기 쉬운 안전성도 검사 과정을 지원받아 상품의 품질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문화상품 제작자와 소비자 관계에서 살펴본다면 우수문화상품 지정제도는 서로의 신뢰와 이해를 한층 끌어올린다. 제도 지정 이전에는 상품의 디자인이 예쁜 식기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면, 이후에는 한국 전통 기법을 재해석한 표현 기법이 부각돼 독창성과 한국의 미를 가진 작품으로서 가치를 인정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하나의 컵이 가지고 있는 가시적인 아름다움에서 나아가 상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 즉 한국 문화의 전통과 현재를 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소비자들에게는 한국 공예 문화에 대한 인식 환기의 계기를, 제작자에게는 작품이 제작 의도에 따라 정확하게 사랑받는다는 기쁨을 준다.

공예, 한복, 한식 등 각 분야의 문화상품이 형성하고 있는 산업이 활성화되고 발달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소비가 필수적이다. 제작자에게 소비자의 관심은 수입 증가의 의미를 넘어서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응원과 독려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우수문화상품에 대한 관심은 한국 전통 문화를 잇는 질 좋고 아름다운 상품을 꾸준히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 문화의 품격을 위해 노력하는 제작자와 정부 제도를 향한 국민의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다.

양지운 공예 작가
#전통문화상품#세라스톤 다기 세트#k-rib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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