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김영훈]남북한 감염병 핫라인 시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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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공동경비구역(JSA)을 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 사건을 보며 뜻밖의 뉴스를 접했다. ‘기생충 가득한 소장과 대장.’

수술 후 경과 회복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 몸에 박힌 총알의 수, 관통 부위, 출혈의 정도, 또는 수술의 타이밍, 집도의의 경험 등이 아니라 기생충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장 속에 남아 있는 음식이 옥수수가 전부라는 기사를 보고 순간 울컥했다. 그래도 JSA를 지키는 병사들은 잘 먹고 건강한 줄 알았는데….

북한의 5세 미만 영유아의 사망률이 우리의 14배라는 자료를 접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에 안도할 뿐, 북녘땅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굶주림, 가족의 슬픔에 한 번도 같이 아파해 본 적이 없었다. 이 땅의 의사로 살아오면서 북녘땅의 동포들이 겪고 있는 병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휴전선 인근 지역에 말라리아가 느는 것은 모기에게 철책선을 구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경제, 산업, 의료, 환경 보전 노력에 따른 격차가 질병에도 엄청난 차이를 초래했다. 남한이 바이러스 시대에 살고 있다면 북한은 아직도 기생충과 박테리아 시대에 머물러 있다.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북한의 영유아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독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반대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남한의 고령자가 북한에서 많이 발생하는 약도 듣지 않는 독한 결핵균에 감염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 미사일만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감염균이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남북이 서로 다르게 겪고 있는 질병과 변질된 환경에 대한 이해와 복구를 위해 남북 의료인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의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남북 군사 핫라인보다 더 급한 것이 남북 감염병 핫라인이다. 감염병 퇴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정보 공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료인들 간의 교류가 한반도 공동체의 모든 생명의 건강한 삶을 위한 생명의 끈이 될 것이라 믿는다. 수술 후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 북한 병사의 쾌유를 간절히 빈다.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공동경비구역#jsa#귀순 북한 병사#감염병#남북 감염병 핫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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