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허승철]한계 드러난 직무적성시험… 현장 직무교육으로 극복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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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철 고려대 노어노문과 교수
허승철 고려대 노어노문과 교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취업을 위해서는 소위 스펙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단 자기소개서를 잘 쓰고, 직무적성검사를 통과해야 면접 시험장에 들어가 볼 수 있다. 직무적성검사가 어떤 것인지 봤더니 고급 IQ테스트나 순발력 테스트 정도에 불과한 문제가 계속 이어졌다.

20대 중후반은 지적 호기심이 가장 왕성하고 모험심도 가장 큰 시기이다. 그런데 우리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할 즈음부터 또 몇 년을 창의력, 사고의 심화는 물론이고 현장 직무능력과 거의 상관이 없는 시험 준비에 매달려야 한다.

정부는 계속 일자리 확충 계획을 발표했지만 청년 실업은 계속 심각해지고 있고, 대선 주자들이 얘기하는 일자리 창출 계획도 구체적 실현성이 크게 떨어진다. 우리 경제가 2%대 저성장에 멈춰 있고, 노동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취업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어떤 기준의 시험이나 테스트라도 통과하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을 쏟으며 다시 입시생 같은 생활을 하는 현실은 저절로 바뀔 수가 없다. 젊은이들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 자신의 잠재력과 취업 후 써먹을 수 있는 현장 적응이 가능한 지식을 배울 수는 없을까 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먼저 각 대기업이 채용 부담 없이 6개월∼1년의 기한으로 500∼1000명의 인원을 뽑아 현장 밀착형 직무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현재의 대학 교육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회사 입장에서는 신입사원 선발 후에 다시 처음부터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직무능력을 교육시켜야 한다면 이렇게 대졸자들에게 미리 직무교육을 시키는 것은 회사의 교육 비용, 시간 절감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몇몇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50만 원의 청년수당과 회사와 정부 지원을 합쳐 100만∼150만 원을 지급하면 교육 기간의 경제적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이미 몇몇 전문가가 제시한 바와 같이 ‘취준생’들이 바로 혁신중소기업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몇 년간 정부 예산으로 임금과 연금을 일부 부담하는 방법도 좋은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실현되지 않는 취업을 위해 자신의 잠재력 계발이나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직무적성검사 준비’ ‘자소서 잘 쓰기’를 위해 재수학원 같은 중간 지점에서 몇 년씩 젊음을 낭비하지 말고, 기업과 정부가 나서서 젊은 두뇌들이 녹슬지 않고 계속 자신과 사회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진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구상해야 하고, 대선 주자들도 좀 더 현실을 감안한 단계적 정책들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허승철 고려대 노어노문과 교수
#직무적성시험#직무교육#일자리 확충 계획#청년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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