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박천홍]미래 국방 패러다임이 바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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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장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장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단지 아직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미국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이 두 마디는 미래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로 회자되고 있다. 실제 미래는 첨단 기술이 가져온 편리함으로 또는 급격한 사회 변화의 모습으로 우리 생활에 스며들었다. ‘저출산’은 미래에 다가올 어쩌면 이미 우리 곁에 있는 많은 문제를 잘 설명하는 키워드다. 개인과 가족의 삶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병력 규모의 감소라는 중요한 변화로도 직결된다. 국방부의 ‘국방개혁 2.0 기본방향’에 따르면 군 병력은 현재 61만8000명에서 2022년까지 50만 명으로 감축된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거론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의 발전도 미래 전장의 모습을 바꿔놓을 큰 변수일 것이다. 2016년 취역한 미국 해군 구축함 ‘줌왈트호’는 승조원을 최소화한 자동운용 시스템을 탑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외부와 단절된 함정 안에서 큰 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화재 진압 시스템을 무인화한 게 좋은 사례다.

지난달 발표된 ‘과학기술 기반 미래국방 발전전략’은 이런 시대 변화에 맞춘 국방 분야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부처별로 국방 분야 발전을 위해 투입했던 역량을 결집해 첨단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병력 감축 등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

1차와 2차, 3차 산업혁명이 대량 생산과 획일화, 중앙집권, 효율성의 패러다임 안에서 발전돼 왔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러다임은 분권화와 맞춤화, 개방으로 그 방향을 확고히 전환했다. 국방이라는 특수한 분야에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국방개혁 2.0의 키워드로 국방 연구개발(R&D) 체계의 혁신성과 개방성 증대를 꼽는 것도 그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국방조직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의 속도를 받아들 수 있는 조직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2016년 스위스 금융기업 UBS는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별 준비도 평가에서 한국을 25위로 꼽았다. 이것이 곧 첨단 기술의 성취도를 나타내는 순위는 아닐 것이다. 정부 부처와 연구기관, 민간이 함께 손을 잡고 첨단기술을 통한 국방력 강화를 위해 뜻을 모은 지금, 첨단 기술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확립의 기틀을 만드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장
#국방개혁#4차 산업혁명#미래국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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