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창석]평창올림픽 경기장 자연으로 복원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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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수년 전 제주에서 시작된 둘레길은 이제 전국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늘면서 둘레길에는 외래종이 침입했다. 고유 동식물들을 몰아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평창 겨울올림픽 시설 주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올림픽 이후 시설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건 준비 과정에서 이미 약속된 사항이다. 올림픽이 주요 행사임은 틀림없지만 자연 또한 우리의 미래 세대까지 이어져야 할 중요한 생명 자원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밀려 수백 년 이 땅을 지켜온 아름드리나무들이 숲의 자리를 양보했고 그 자리에는 올림픽 시설이 대체됐다. 자연은 그냥 양보를 하지 않았다. 올림픽 이후 그 자리를 돌려받는다는 조건으로 양보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자연에 대해 그런 보상을 해야 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할까. 강원도 평창과 정선 일대는 우리나라의 자연 중 가장 온전하고 건강한 모습을 갖춘 곳이다.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와 풀들이 어우러져 온전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나아가 숲은 곤충, 새, 산짐승 등을 부양하고 땅을 기름지게 하는 미생물을 부양하고 있다. 이러한 숲은 물을 맑게 하고 공기를 정화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생명 자원을 제공한다. 또 그 안에는 각종 산나물과 버섯도 담겨 있으며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해 줄 바이오산업의 소재들도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중요하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자원을 지켜 내려면 우리가 자연과 약속한 보상을 해야 한다. 보상은 바로 상처에 대한 치료다. 철거를 약속한 시설은 약속대로 처리하고 원래 자연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혹시라도 남겨놓기로 한 시설이 있다면 시설 가장자리를 보강해 숲의 내부가 쉽게 들여다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만들어야 한다. 인공 시설로 인해 바뀐 바람, 수분수지, 이물질 등의 영향을 줄여야 한다. 치료는 자연이 원하는 방향으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어 진행돼야 한다. 그것이 선진 시민의 도리이고, 올림픽의 진정한 마무리다.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평창올림픽#경기장#올림픽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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