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신은영]장삿속에 멍드는 우리문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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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부분 관광지에는 한복대여점이 성행이다. 이곳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한복을 빌려 입고 관광지를 활보하며 즐긴다. 한복대여점은 한복을 입으면 고궁 입장료를 면제해주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늘기 시작했다. 한복을 많이 접하게 하고 많이 입어 보도록 하려는 취지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 한복은 한복 고유의 특징이 살아있어야 한복이라 할 수 있다. 관광지에서 대여하는 한복 중에는 도저히 한복이라고 볼 수 없는 옷이 너무 많다. 국적도 불분명한 레이스와 반짝이가 많이 달린 드레스를 한복인 양 입고 다닌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한복대여점 뒤에 이런 옷을 공급하는 특정 업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떤 옷을 입어도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한복대여점이 제도를 악용해서 국적 불명의 옷을 외국인, 나아가 우리 자녀들에게 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리 문화를 알리고자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이상하게 변질되는 듯해 안타깝다.

한복은 한복만의 색깔, 한복만의 아름다운 곡선 등 고유한 특징이 있다. 일본 교토에도 기모노를 대여하는 곳들이 있다. 하지만 기모노 같지 않은 이상한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이를 본 적이 없다.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해 한복을 입어 보려는 이들에게 국적 불명의 이상한 옷을 장삿속으로 대여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신은영 동의과학대 유아교육과 교수
#한복대여점#한국 문화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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