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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박재명]‘암호’ 수준 주택 제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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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박재명]‘암호’ 수준 주택 제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라

박재명 산업2부 기자 입력 2018-11-08 03:00수정 2018-11-08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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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산업2부 기자
“이번 단지는 청약을 받을 수 있을까?”

기자가 올해 7월 부동산 분야 취재를 맡기 시작한 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집값이 오르면서 아파트 청약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커졌지만, 정작 청약자격을 모르는 30대 후반 직장인이 의외로 많았다. 그때마다 “잘 모르니 공부한 뒤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4개월 동안 주택청약 ‘스터디’를 했다. 솔직히 지금도 “알아보고 전화하겠다”고 답한다. 어떤 가점항목이 존재하는지, 어떤 조건이 1순위 청약자격에 해당하는지, 왜 시골집을 가지고 있어도 무주택자 기간이 유지되는지 딱 부러지게 설명하긴 쉽지 않다.

주택업계 종사자들에게 물어봐도 답은 비슷하다. 최근에 만난 건설사 관계자는 “집을 파는 사람은 제도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나도 모른다. 규정을 만드는 정부는 알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당국자는 “국토부 홈페이지 내 ‘청약 Q&A’를 살펴보면 된다”고 했다. 해당 자료집은 A4 용지로 100장에 이르는 분량이다. 난생처음 청약에 도전하는 신혼부부나 노인들에게는 암호문에 가깝다.

청약을 포기하고 대출 받아 집을 살 때는 덜 복잡할까.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소비자들은 그동안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처음 접하는 각종 제한을 뚫고 집을 구매해 왔다. 이번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란 ‘난수표’를 만났다.

일선 은행원들도 새로 적용되는 규정이 낯설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은행에서 개인대출을 담당하는 지인은 “11월부터 신규 대출 상담이 들어와도 내 판단으로 ‘된다’ ‘안 된다’는 이야기를 못 한다. 그냥 최종 심사 결과만 말해준다”고 했다. 창구마다 대출이 막히며 분쟁도 늘었다. 복잡해진 대출 규제를 은행 창구직원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돈 빌리려는 사람들이 ‘대출 불가’ 판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다.

현행 주택청약, 주택대출 제도의 공통점은 실무자들도 쉽게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다는 점이다. 청약제도는 1978년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제정 이후 지금까지 140번가량 바뀌었다. 기존 예외 조항에 새로운 예외 조항이 붙고 별도 부칙까지 추가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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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복잡해지면 ‘아는 게 돈’이 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투기꾼에게 선물을 줬다”고 토로했던 ‘임대사업자 혜택’이 대표적이다. 다주택자 규제 방안이었지만, 이재에 밝은 사람들은 ‘세테크’를 노리고 허점을 파고들었다. 주택청약 역시 지난해 7번, 올해 4번 개정될 정도로 자주 바뀐 탓에 애꿎은 실수요자가 부정 청약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1순위 당첨자의 10%는 ‘항목 계산 오류’ 등의 이유로 탈락했다.

주택 관련 제도가 복잡해진 근본 원인은 ‘투기 근절’과 ‘경기 부양’이라는 양극단을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 정책을 운용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부작용을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간섭을 줄이겠다는 뜻에서라도 온갖 잡다한 규정과 사문화된 조항들을 정리해 보면 어떨까. 제도가 간단해야 시장이 더 투명해질 수 있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박재명 산업2부 기자 jmpark@donga.com
#주택 제도#청약#주택담보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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