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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전성철]선거제 개편은 민심 잡기부터…단식 끝내고 대화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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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전성철]선거제 개편은 민심 잡기부터…단식 끝내고 대화로 풀어야

전성철 정치부 차장 입력 2018-12-14 03:00수정 2018-1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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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 정치부 차장
12일 밤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저녁 모임 중이던 정치권 인사와 기자들 시야에 등산복 차림의 중년 신사가 들어왔다. 큼지막한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누구나 다 아는 야당 중진의원 A 씨였다.

일행은 알은척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마음을 접었다. A 씨가 마스크를 한 이유가 짐작이 가서였다. A 씨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소속이다. 동료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일주일째 단식 중인 상황에서, 보는 눈이 많은 식당에 들르려니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

굶는 사람이나, 지켜보는 사람이나 야3당 사람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야3당은 농성 해제 조건으로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한다는 큰 틀의 합의를 해올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게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안다. 도농복합형 선거제 도입을 주장하는 한국당에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설득하는 건, 민주당이 아니라 한국당 지도부가 나서도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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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혜자가 진보 성향 군소 야당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한국당을 설득하기 힘든 이유다. 진보 정당의 성장은 민주당에는 잠재적 연정 파트너의 세력 확대, 이른바 ‘좌익 보강’이다. 이는 한국당에는 당연히 피하고 싶은 결과다.

설령 양당 지도부가 단식 중인 군소 야당 대표들의 건강을 걱정해 극적 합의를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역구 의석을 줄이거나 전체 의석을 늘려야 한다. 선거구를 쪼개고 합치는 일도 어려운데, 기존 지역구 의원들을 설득해 지역구 수 자체를 줄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방법은 전체 의석수를 늘리는 것뿐이다.

하지만 의원 수를 늘리는 데 대해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달 말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더라도 의석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67%에 달했다. ‘기존에 의원들이 받는 세비 총액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단서를 달았는데도 반대가 찬성(34%)의 2배였다.

그렇다면 야3당은 출구 없는 단식농성을 계속해야만 하나. 2016년 총선을 돌아보면 다른 길이 있다. 당시 국민의당은 선거에서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26.74%를 기록하며 38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역 홀대론’ 주장과 ‘친문 패권주의’ 비판을 통해 당시 양당 체제를 마뜩지 않게 생각하던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결과였다.

군소 정당이 세력을 키우고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민의당처럼 효과적인 캠페인을 통해 바람을 일으켜 대안정당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야3당의 의석수가 적어도 국민이 원하면 선거법 개정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지금 설득해야 할 대상은 민주당, 한국당이 아니라 현재의 다당 체제를 만들어준 국민이다.

민주당이 내년 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 합의안을 마련해 2월 임시국회에서 의결하자는 일정표를 제시한 것은 야3당에는 출구다. 한국당의 선의를 기약 없이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선 협상 일정표를 확정해 놓고 장외에서 유리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

여야 협상이 더디고 답답해도 단식은 끝내고 대화로 푸는 게 순리다. 선거법을 바꾸는 일만큼이나, 좋은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정치 개혁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전성철 정치부 차장 dawn@donga.com
#바른미래당#손학규#연동형 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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