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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범석]‘AGAIN 2012’… 日의 한류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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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범석]‘AGAIN 2012’… 日의 한류 길들이기

김범석 도쿄 특파원 입력 2018-11-16 03:00수정 2018-1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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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도쿄 특파원
9일 오후 일본 외무성 정례 브리핑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의 모두 발언에 기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는 “한일 간 문화 스포츠 등 민간 교류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부디 이런 교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후 고노 외상은 연일 ‘한국 때리기’에 앞장서왔다. 3일 전 브리핑에서도 한국 대법원 판결이 ‘폭거’라며 맹비난했다. 대법원 판결 후 한일 문화 교류의 향방에 관심이 주목되는 상황에서 그의 이날 발언은 “외교와 문화는 별개로 보자”는 뜻으로 들렸다. 고노 외상은 올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일본 측 ‘일한 문화·인적 교류 추진을 향한 유식자 모임’을 두 달간 이끌어 온 책임자다.

그러나 고노 외상의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1년 전 멤버 지민이 사석에서 원자폭탄 사진 등이 들어간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반일(反日) 가수’라는 낙인이 찍히며 우익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민영 방송 출연이 하루 앞두고 취소됐고, NHK의 연말 음악 프로그램 ‘홍백가합전’마저 출연하지 못하게 되자 일본 언론들이 ‘BTS 낙선’ ‘연말까지 (출연) 줄줄이 취소’ 등의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여기에 멤버 RM이 4년 전 패션 화보 촬영 중 나치 문양의 모자를 썼다는 추가 폭로도 이어졌다.

최근 일본의 한 방송은 제작진이 “이것이 BTS 티셔츠”라며 외국인 관광객에게 버섯구름 사진을 보여주었고 외국인들은 “잔혹해요” “심해요” 등 깜짝 놀라는 장면을 내보냈다. 티셔츠 내 원폭 사진의 실체나 한국의 광복 등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우익들의 한류 흠집 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런 상황은 6년 전에도 일어났다.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 등 한국 아이돌 그룹들로 점화됐던 2차 한류는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양국 관계가 냉각되며 찬바람을 맞았다. 한류 제재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2011년까지 홍백가합전에 줄줄이 나왔던 한류 가수들의 모습이 이후 5년간 사라졌다.

일본은 한일 간 외교 문제가 발생하면 암묵적으로 한류 콘텐츠를 제한해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류 콘텐츠 수출액 기준으로 가장 비중이 큰 나라가 일본이다. 특히 지난해 트와이스 등을 통해 나타난 3차 한류 등으로 일본은 한류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국가다.

하지만 6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북미, 유럽 시장 등 새로운 한류 소비 시장을 뚫었다는 것이다. 화려한 군무를 앞세운 아이돌 그룹들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세계 시장에 전파되면서 BTS가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오르거나 걸그룹 블랙핑크가 영국 UK차트에 진입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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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주 소비층은 10, 20대로 어려졌다. 13일 BTS의 도쿄돔 콘서트장 앞에서 만난 한 소녀 팬은 “BTS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며 “우익들이 강요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문화는 문화, 정치는 정치라고 구분 짓는 것은 지금 한류를 소비하는 젊은층의 특징이기도 하다.

또다시 한류 길들이기가 시작됐다. 6년 전과 다를 바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과연 길들여질지 의문이다. 6년간 바뀌지 않은 것은 어쩌면 일본뿐일지 모른다.
 
김범석 도쿄 특파원 bsism@donga.com
#일본#한류#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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