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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용석]평창 하늘의 인텔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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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용석]평창 하늘의 인텔 로고

김용석 산업1부 차장입력 2018-03-09 03:00수정 2018-03-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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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산업1부 차장
올림픽 역사를 통틀어 회사 로고를 가장 크게 노출한 기업은 미국 인텔일 것이다.

이번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에서 드론으로 대박을 낸 인텔은 매일 밤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드론 쇼 공연을 했다. 개·폐회식 때처럼 드론으로 오륜마크와 수호랑을 그려내자 1000여 명의 관람객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행 위치를 바꾸며 여러 모양을 만들던 드론들은 쇼 막바지에 평창 하늘을 가득 채울 듯 거대한 인텔 로고를 그려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을 활용한 기업 마케팅을 엄격히 제한하기로 유명하다. 스폰서 자격이 없는 기업의 올림픽 로고 사용을 절대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폰서 기업의 브랜드 노출도 철저히 통제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브랜드 노출을 금지하는 ‘클린 베뉴’ 원칙을 고수한다. 경기장 옆 홍보관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허용하는데 그마저도 건물 한 면에 로고 한 개씩만, 제한된 크기로 노출할 수 있다.

로고 크기가 제한된 다른 기업과 달리 인텔이 파격적 크기의 브랜드 노출에 성공한 것은 드론 군집비행이라는 차별화된 기술과 아이디어로 독보적인 솔루션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출신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인 강정훈 왁티(WAGTI) 대표는 “단순히 스폰서 계약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기업이 제시하지 못하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파격적인 로고 노출 등 특별권리를 보장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1등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싶어 하는 건 인텔이 평창 하늘을 독점하듯 특별한 권리를 독차지하고 싶어서이다. 시장을 독차지한 자는 룰을 만든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47%의 영업이익을 남기는 것도 시장 룰을 만드는 1등 지배력의 힘이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삼성은 5년 넘게 피 말리는 치킨게임과 과감한 투자를 해야 했다. 기업들이 될성부른 신생업체나 경쟁사를 인수하는데 거액을 쏟아붓는 것도 시장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유명 벤처 투자자인 피터 틸은 창업가를 만날 때마다 “크게 경쟁하지 말고 작게 독점하라”고 주문한다. 크기와 관계없이 시장을 창출하고 선점해 혼자서 차지하려는 ‘야성적 충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IOC보다 경직된’ 우리나라 시장 환경에선 야성적 충동이 꺾이기 일쑤다. 차량 공유 서비스만 봐도 카풀 서비스를 내놓은 ‘풀러스’는 택시업계와 서울시 견제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기업인 현대자동차도 차량 공유 사업에 나서려다 택시 업계 반발에 주저앉고 말았다. 미국 우버와 중국 디디추싱이 수조 원 가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런 변화에 눈감고 귀 막은 ‘냄비 속 개구리’가 되고 있다.

우버와 구글은 차량 공유와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으며 차세대 자동차 시장의 룰 메이커 자리를 넘보고 있다. 과거 PC 제조기업들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 시장의 부가가치를 빼앗겼듯이 자동차 메이커도 우버와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담는 하드웨어 제조사로 전락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때로는 공정이, 때로는 공평이 정의로운 가치로 받아들여져 왔다. 요즘은 1등을 인정하기보다 2등과 3등을 더 배려하는 게 정의를 상징하는 시대 흐름처럼 보인다. 올림픽에 대해서도 “외국에서는 1등 지상주의인 한국처럼 금메달 수로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라 은메달과 동메달 수를 똑같은 비중으로 합쳐 국가 순위를 매긴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평의 가치를 높게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영국 BBC, 독일 ARD,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 등 세계 주요 언론은 여전히 금메달을 우선해 순위를 매긴다. 남다른 노력과 도전으로 독보적인 성과를 낸 1등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것이야말로 정의로운 일이라고 믿는다.
 
김용석 산업1부 차장 yong@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미국 인텔#드론 쇼#오륜마크#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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