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동영]걱정스러운 방송사 부당노동행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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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부당노동행위는 사측이 노동자에게 비인간적인 일을 시키거나 인격을 모독한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지는 않는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 또는 불이익을 주거나 정당한 단체행동을 했는데 이를 빌미로 온당하지 못하게 대우하면 해당한다.

MBC에서 파업 이후 기자들이 취재 업무와 상관없는 아이스링크로, 중계소로 발령 났던 일이 부당노동행위는 아니었는지 밝히기 위해 검찰까지 나섰다. 한동안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되지 않아 정상적인 인사권 행사로 분류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해직됐던 PD가 사장으로 복귀하면서 부당노동행위인지 가리기 위한 조사에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면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유재산인 공중파를 이용한 방송사에서 부당노동행위가 빚어지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요즘 이 방송사에는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몰아치는 중이다. 중요 보직을 맡았던 간부들이 대기발령 상태다. 방송 뉴스의 핵심을 맡았던 한 기자 출신의 간부는 기술직이 주로 임명됐던 중계차 책임자로 간다는 소식이다. 과거에는 노조 활동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면, 지금은 ‘노조 활동을 하지 않은 탓’에 기자나 아나운서가 의지와 상관없는 곳으로 배치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법에서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만을 규정한다. 하지만 노조 활동 여부가 인사발령의 핵심 기준이 된다면 그 방송사가 만든 뉴스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극복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주요 보직 간부를 내모는 일은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사장이 내정됐을 뿐 아직 공식 임명도 되지 않았는데 퇴진 운동이 벌어지는 YTN의 사정은 어떤가. 이전 사장 3명이 재임하던 때에 3년 이상 보직을 맡은 간부의 임명을 보류하자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3년 이상’이 이유일 뿐 제작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노출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현재 파업 찬반 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임명되지 않은 사장 퇴진이 사실상의 목표지만 법적으론 근로조건이 아닌 이런 이유로 파업을 할 수 없다. 노조 측은 최근 회사와 임금협상을 벌이면서 기본급 11.2% 인상을 요구한 뒤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에 필요한 법 절차를 밟고 있다.(연속 적자가 발생해 최근 2년간 임금이 동결된 이유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사내 구성원 사이에선 기본급 인상 결렬 때문에 파업이 준비되는 중이라고 보는 시선은 별로 없어 보인다. 파업 중 과연 ‘임금 인상하라’는 외침만 나오고 ‘사장 물러나라’는 구호는 들리지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장 이하 모든 간부의 생살여탈권을 쥔 듯한 노조의 이런 태도 앞에서 ‘합리적인 기준부터 만들자’고 말할 구성원이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정치적 편향성 가득한 뉴스가 생산되지 않을까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방송계에서 중요한 두 회사에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나오는 건 ‘해직’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MBC에서 PD로 일하다 해직된 사람은 사장으로 복귀했고 YTN에서 해직됐던 기자는 보도 책임자로 지명됐다. 부당한 해직 처분을 받았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당한 해직 경력이 회사 경영을 맡고 뉴스 제작을 책임지는 자리의 자격 조건은 아니다. 불의를 바로잡고 싶은 의지는 이해하지만 각자의 극한 경험이 극한 대립을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
#mbc파업#부당노동행위#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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