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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진한]환자가 원하는 동네의원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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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진한]환자가 원하는 동네의원 살리기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입력 2017-05-16 03:00수정 2017-05-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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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최근 정부가 2030년엔 의사, 약사, 간호사 같은 보건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의약계의 반발이 심하다. 선진국보다 현격히 적은 의료 인력을 늘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의약계는 통계의 오류라고 맞선다.

그런데 항상 정권 초기에 터져 나오는 의료 인력 부족 논란보다는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세우는 게 훨씬 중요한 문제다. 올바른 의료전달체계란 환자가 동네의원(1차 의료기관)을 방문해서 해결이 안 되면 중소병원(2차 의료기관),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 순으로 찾아가 진료를 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병은 1, 2차 의료기관에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 또는 생활습관병은 1차 의료기관에서 철저히 관리를 받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3차 의료기관은 암 또는 중증 환자, 희귀질환자, 심한 합병증 환자 등이 가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많은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치료받으면 될 질환을 갖고 대학병원에 간다.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경증(가벼운) 당뇨병, 고혈압 환자 수만 봐도 2014년에 22만 명, 2015년에 23만여 명에 달했다. 여기에는 비현실적인 수가 문제도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의료전달체계가 망가지다 보니 동네의원은 덜 위험하면서 돈 되는 치료에만 매달린다. 산부인과에서 분만하는 의원이 사라지고 그 대신 비만, 레이저, 불임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의원이 속속 생기는 이유다. 또 정형외과는 고가의 도수치료에, 피부과는 무좀 등 피부질환 대신 보톡스와 필러에, 흉부외과는 정맥류 치료에 치중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동네의원 본래 기능을 살리면서도 환자에게 요긴한 도움을 줄 수 있는 1차 의료 활성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 환자가 직접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 한국 의료의 특성상 어떤 증상이 생겼을 때 무슨 과의 어떤 의사를 찾아가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필요한 전문 정보가 없어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이 봤다.

한 환자가 두통 때문에 동네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두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하기 힘들다. 그러면 이 의사에게 그 질환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어느 병원의 어떤 의사를 찾아가라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하게 해주면 어떨까. 또 척추 질환, 무릎관절 질환, 고혈압까지 겹친 복합질환 노인 환자가 동네의원에 왔을 때 신경외과로 먼저 가야 할지, 심장내과로 가야 할지 또는 정형외과로 가야 할지 환자를 코디네이션해 주는 기능을 하게 해주면 어떨까.

지난 정부부터 1차 의료기관 활성화를 위해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들을 위한 관리 사업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1차 의료기관이 내비게이션, 코디네이션 기능을 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병원 정보를 제공하고 대형 병원 연계 시 관련 수가를 만들어 주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환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반대로 큰 병원에선 수술 환자를 해당 지역의 1차 의료기관에 보내 관리될 수 있도록 정부가 수가로 잘 보상하면 1차 의료기관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사족이지만 우리나라 의사 중 전문의가 무려 90%에 이르는 것도 시간과 인력의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전문의 자격증을 딴 의사 중 5600명이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일반 의원으로 개원했다는 통계가 단적인 예다. 이미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노인 환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의도 필요하겠지만 노인 환자의 질환을 전체적으로 보고 관리해 줄 수 있는 1차 의료인의 양성도 필요하다.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


#동네의원#의료 인력 부족#의료전달체계#1차 의료기관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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