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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진현]이 귀중한 ‘64년간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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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진현]이 귀중한 ‘64년간의 평화’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입력 2017-10-19 03:00수정 2017-10-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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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휴전 이후 오늘까지 모처럼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기
강화도조약 뒤 艱難 기억한다면… 누구도 쉽게 평화를 말할 수 없다
만악의 원천이 미국이라는 폭론, 만병의 원인이 종북이라는 편견… 평화 지키기 위해 떨쳐내야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1953년 7월 휴전 이후 2017년 10월 오늘까지 64년간의 평화.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었다는 사실의 귀중함. 그간에 이룬 성취의 고마움을 우리 스스로 얼마나 깨닫고 있는가. 깨닫고 있다면 어찌 이리도 평화를 깨고 평화를 값싸게 떠드나.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 탓인지 사물의 인지와 이해에서 자기 경험을 넘기 어려워한다. 거기서 아집 편견 독선 폭력이 싹튼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자기가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 전체의 과거에서 미래까지, 공간적으로는 이질적 경험을 한 타자들까지 대조 평가 수렴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비단 정치뿐 아니라 모든 분야 지도자들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자질이다. 그런 자기 경험의 객관화 타자화가 성한 나라일수록 자유 다원 관용 민주정치가 가능하다.

우리 역사에서 자주적 평화, 얼마나 간절한 단어인가. 조선만 해도 건국 200년 만에 맞은 임진왜란·정유재란(1592∼1598), 정묘호란(1627), 병자호란(1636∼1637)의 45년간 인구는 400만 명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선조에서 인조에 이르는 82년간의 간난(艱難)에 이어 1637년 병자호란 끝내고 고종이 등장하는 1863년까지 226년간의 긴 평화는 아마도 이 땅에서 다시 없을지도 모른다.

1876년 문호개방 이후 청일 및 러일전쟁, 일제강점기(1910∼1945)와 태평양전쟁, 광복과 분단, 6·25전쟁(1950∼1953)까지 서세동점 근대화에 맞부딪친 간난의 77년(1876∼1953), 역사에 기록된 지옥을 넘나들었던 비평화 반평화의 77년을 정확히 회고 평가할수록 우리는 휴전 이후 64년간의 평화가 얼마나 귀중한가를 깨닫게 된다.

매년 추석 고향 성묘 갈 적마다 나는 산은 푸르다고만 아는 손자들에게 저 산이 푸르게 되기까지의 체험을 들려준다. 일제 말기 1943년부터 국민학교는 소년 노동캠프로 변했고 방과 후 어머니와 5리 길을 걸어 먼 산의 나뭇가지와 덤불 걷어 저녁밥을 끓였다. 그 절대 가난의 민둥산들이 지금 파란 하늘 아래 무거울 정도로 우거진 숲으로 변한, 64년간의 평화가 만든 자연을 본다. 그런 산의 자연과 평화가 어떤 조건들로 가능했는가.

첫째,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강압적 산림녹화정책이 30년 이상 계속됐다. 나무 베면 잡혀가는 나라였으니까. 둘째, 구공탄이라는 가정연료 대체재가 등장했다. 한 기업인의 혁신이었다. 이것만도 굉장한 변화였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이 두 요소만으로 숲의 평화가 온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셋째는 근대 산업·무역이 본격화되고 석유 원자력 등 인공에너지가 나무를 대체 가능케 하는 국제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도 우리 역사로 보면 위대한 근대혁명이다.

그러나 그것은 완성이 아니다. 우거진 숲으로 산림은 끝나는 게 아니다. 자력 자강의 나라를 만들려면 ‘완전 조림’을 국가목표로 계획조림을 해야 한다. 1974년 아시아 농업언론인협회(AAJWA)가 도쿄에서 창립되고 규슈의 네 지방을 시찰했다. 산은 울창한데 ‘조림계획 50% 달성’ 또는 ‘60% 달성…’이라는 브리핑이 계속됐다. 산에 나무 있는 것은 당연하고 마을과 산의 온도, 강수량, 토질 등에 맞는 최량의 경제수종과 주민의 전통까지 고려한 계획조림 실적이 얼마냐는 숫자였다. 이것이 마을과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다. 자연자본 세계 1등이 일본인 까닭이 있다. 한국은 산 푸르게 만드는 것으로 그쳤다. 경제수종 계획조림이나 산을, 이 땅을 국력의 원천으로 가꾼다는 목표 자체가 없었고 지금도 없다.


64년간의 평화로 우리는 아시아 유일의 민주정치 시민자유국가로 대혁명을 이뤘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주동자로 옥고를 치른 뒤 인권전문가가 된 백태웅 하와이대 교수는 작년에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이 내놓을 수 있는 두 가지 상품이 단시간 내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및 인권신장인데 그것을 제대로 마케팅하지 못하고 있다.” 평화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만이 평화를 제대로 지킬 수 있다. 평화를 입으로만, 글로만 낭비하는 것, 평화의 적이다.

64년간의 평화에서 만든 소중한 인류 보편의 가치와 성취를 지키기 위해 촛불 독선, 태극기 독선, 만악의 원천이 미국이라는 반(反)진실의 폭론, 만병의 원인이 종북이라는 편견을 벗자. 내가 그 독선 그 폭론 그 편견의 원인 제공자가 아닌가. 남 욕하기에 앞서 진실에의 외경, 자기 경험의 반추와 객관화에 ‘전쟁을 각오’하는 만큼 맹렬해야 한다.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휴전#평화#임진왜란#정유재란#일제감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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