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진현]대한민국 신주류 만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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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임명에 ‘국민 뜻’ 내걸고 사드 배치엔 절차 앞세우는 현 정부 행태는 꼼수 아닌가
대화·토론 막힌 자칭 보수는 여전히 내부 분열로 맞서며 정권 실책이나 기다리는 신세
도덕적 가치 새롭게 세워야 보수가 새 주류 될 수 있어… 국가 생존도 여기에 달렸다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기대와는 달리 너무 빨리 문재인 정권의 외교, 인사, ‘협치’가 혼란스럽다. 원래 그런 유전자(DNA)를 가졌으니 당연하다는 논평이 이른바 보수 쪽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다. 독선이란 유전자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불행한 역사’라고 대한민국을 규정하고 ‘적폐 청산’이 그런 역사 부정 및 파괴의 연장선이라면 일시적 혼란을 넘어 위기로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대통령 취임 이후 인간 문재인의 행보는 건국 이후 ‘청와대’라는 이름이 국민에게 각인시킨 위압, 위선, 비선, 불행한 끝 같은 칙칙한 인상을 벗기는 데 성공했기에 더욱 융합, 극복, 승화의 길로 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겉으로 보이는 진정성이 꼼수로 뒤바뀔까 봐 걱정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소명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내건 것은 지나친 꾸밈이라는 꼼수 냄새가 났다. 그때 ‘고위공직자 배제 5대 원칙’의 비실효성을 솔직히 사과하고 왜 협력을 구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나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발언 대응도 지나친 작위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일자리 정책과 지지 세력인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5000억 원 기금 조성 등에서도 꼼수 같은 여운이, 그리고 고리 원전 1호기에서의 탈핵 선언과 식장(式場)의 꾸밈도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듯한 경향과 과장이 짙게 풍겼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념사에서 보수 진보 20년을 뛰어넘겠다고 했고 현충일에 모두의 애국과 보훈을 강조했으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과 한미연합사령부에서 다짐한 모습에서 그 지긋지긋한 이념, 역사 갈등을 극복하는 새 시대 대통령을 기대하고자 한다.

나는 이제 보수 진보란 말을 쓰고 싶지 않다. 한국의 ‘이른바 보수’, ‘이른바 진보’는 본래 의미의 보수 진보에서 너무 멀리 벗어났다. 양심적 보수와 진보가 고백하듯이 진정한 대화, 솔직한 토론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이 진실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나라 주류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보수는 자멸한 데다 여전히 분열된 상태에서 문재인 정권의 실수나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이른바 진보도 노무현 정권 말년에 청와대 앞에서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했던 민주노총, 현재 ‘문빠’들의 문자폭탄과 ‘내로남불’ 현상을 제어하지 못하고는 성공할 수 없다.

분명 이 나라의 주류는 있다. 그것은 어느 편인가? 보다 자유주의, 보다 민주주의, 보다 민족주의, 보다 보편주의, 보다 평등주의 쪽이다. 시장을 이기는 민생은 없다.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또 극렬집단의 방종 폭력을 방관하고는 대의든 직접이든 민주주의로 갈 수 없다. 양극화 갈등 속에서 책임 있는 공동체는 불가능하다. 촛불의 대의를 꼼수로 이뤄낼 수는 없다. 전쟁을 각오하는 결기와 자강 없이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 전쟁 없는 것이 평화가 아니라 ‘정의의 평화’라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씀했다. 김정은을 부둥켜안는 화해만으로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정의의 가치가 있는 통일이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새 주류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친구요 동지를 둔 것 같다. 그의 경남고 동창으로 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 1호인 이윤택 예술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신은 잇되 다른 길을 가라’고 충고했다. ‘엘리트주의뿐 아니라 순수주의와 민중민족주의 등 진영논리를 다 극복한’ 새 시민문화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패거리의 사이비 종교 같은 독선을 꿰뚫고 콕 집어서 정리한 것이다. 미국 보수 정통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장은 자선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연구해온 아서 브룩스다. 그가 박사 논문을 발표하면서 스승으로 인연을 맺었던 제임스 윌슨 교수에게 “나 같은 보수주의자가 이 진보학계의 물결을 헤쳐나갈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유명한 스승의 답은 이랬다. “간단하다. 저들보다 생산성에서 2배, 인격에서 4배 더 훌륭하면 된다.” 윌슨 교수는 평생의 연구 결과로 인간은 신의 산물도, 생물학적 존재도 아니고 결국 도덕적 존재라 했다. 이 땅의 이른바 보수의 살길도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기다리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스스로 파괴한 보수의 도덕적 가치를 새로 세우는 새 주류 만들기에 달렸다. 지난 20년을 넘어 이승만에서 박근혜에 이르는 70년을 비판적으로 여과 발효 승화시켜 사이비 보수·진보를 넘는 새 주류를 창조해야 스스로도 살고 나라가 산다.
 
김진현 객원논설위원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대한민국 신주류#협치#국민의 뜻#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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