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양승함]애초부터 협치는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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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탈권위 소통으로 과거 패러다임 벗어나려 하지만 야당 협력 이끌어내지 못한 건 탕평인사에 소홀했기 때문
대선 공신과 시민단체 출신 많아… 탕평과는 거리가 먼 인사
야당의 행태도 정부 무력화 정략에 불과… 현 상황에서 여당 책임 더 막중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정국은 급격하게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야 3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협치 포기” 선언을 하고 국회를 보이콧하려는 태세이다. 야 3당의 반응이 모두 한결같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대통령의 ‘독선’에 대해 연대 투쟁을 전개할 것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시대정신으로 제시된 협치가 국민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듯하다. 아니 그러면 그렇지 하고 당연히 올 것이 왔지 하는 허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사실 언제 한 번 협치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있었던가? 본래 협치란 정치 행위자들이 정치적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집행 과정에서 협력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협치는 집단적 공동선을 위해 협력과 관용의 정신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사적이거나 당리당략에 의하면 정상배적 행위라고 지탄을 받는다. 즉, 협치는 국가 이익과 국민 복리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행위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타협과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의 완벽한 협치란 이상사회에서나 이룰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치를 시대정신으로 꼽은 이유는 국치 수준의 국정 농단과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의한 국난을 치유하기 위한 절실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은 지난 대선에서 협치를 시대적 요구로 표출했으며 정치권은 이를 수행해야 할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정치권이 실행하기 위해서는 과거 정치행태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분열과 배제의 정치에서 포용과 관용의 정치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는 협치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과거 패러다임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탈권위주의적 리더십 스타일은 겸손과 소탈함 그리고 소통 노력으로 국민적 환영을 받고 있다. 당선되자마자 야당 대표들을 방문하고 청와대 원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반대 세력에 대한 포용의 의지를 보였다. 인사청문회에서 검증 문제가 불거지자 비서실장을 통해 사과하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해를 당부하고 보다 엄격한 검증체계를 약속했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추경예산안을 위한 시정연설을 함으로써 국회와의 소통에도 직접 나섰다.

대통령의 파격적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우선 탕평인사 약속 실현에 소홀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두 후보자의 임명 강행이 문제라기보다는 장관 후보자들이 주로 대선 공신과 사회운동단체 인사들로 구성되어 탕평책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코드 인사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협치에 이르기에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한다. 개혁은 집권 초기에 가능하다는 통설이 있지만 코드 인사가 개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야 3당은 인사 강행을 구실로 협치 종언을 선언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경예산안 등을 인사 문제와 결부해 연계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실제로 이 두 법안은 상당한 시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어 연계투쟁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 같은 상황은 국회가 견제와 균형의 도를 넘어 발목잡기식 퇴행적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사 문제는 개별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며 패키지 딜과 다른 문제와의 연계는 정략적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행태는 과거 식물국회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며 국회 파행을 통해 정부를 무력화하려는 정략에 불과하다.

협치는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파기할 것도 없다. 국민의당이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찬성한 것은 협치의 정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지역 여론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여야정 협의체가 구성되면 협치의 가닥이라도 잡히려나 기대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처음부터 생각이 없었고 국정보다 당권 장악에만 몰두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별 효과 없이 한국당과의 차별화에만 신경 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협치를 위해 가장 막중한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정당의 이익이 국가와 국민의 공동선을 위한 것이기를 바랄 수는 없는 것일까?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경화#문재인#강경화 인사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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