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경환]보행자 사망사고 줄이기 갈 길 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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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
전 세계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최저 수준(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인 스웨덴은 1997년부터 ‘비전 제로(Vision Zero)’ 교통안전 프로젝트를 통해 교통사고 예방 대책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1997년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 6.1명에서 2010년 기준 2.8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 7.3명(2018년 기준)보다 크게 적은 수준이다. 스웨덴은 현재 ‘205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0명’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스웨덴은 정책적으로 ‘교통 소통’보다는 ‘안전’을 우선 고려해 도로의 제한속도를 줄이고 중앙분리대 설치를 확대하는 등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범국가적 차원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2022년까지 5년간 연 10%씩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36명 감소한 299명으로, 1970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적은 수치이며 처음으로 200명대에 진입했다. 이번 통계는 우연히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교통단속, 시설 개선, 교육·홍보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교통정책 추진과 자치단체, 교통안전공단 등 유관기관이 함께 이뤄낸 결과다.

다만 지난해 서울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사망사고는 감소했으나 여전히 보행자 사망사고는 61.5%를 차지하는 등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이는 그동안 차량 소통 위주의 교통정책으로 인해 보행자를 보호하는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여전히 우리 가족들 일상생활 속에서 ‘차 조심하라’는 말을 안부처럼 사용하고 있는 점만 봐도 그러하지 않은가. 보행자를 보호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서는 교통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시내 도로 시속 50km, 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등 특별보호지역은 시속 30km로 최고 속도를 하향하도록 하는 ‘안전속도 5030’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이 정책은 새로운 교통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도 올해 보행자를 배려하는 교통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교통안전 정책뿐만 아니라 어린이 노인 등 교통약자와 함께하는 교통안전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자치단체에서도 간이중앙분리대, 횡단보도 투광기 등 보행안전을 고려한 교통안전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운전자는 횡단보도 앞이나 도로에서 횡단하는 보행자를 볼 경우에 반드시 정지하고, 보행자는 안전을 생각해서 보행 중에는 휴대전화를 보는 것을 삼가는 등 교통안전 문화가 생활화되면 좋겠다. 시민께서도 적극 동참해 주기 바란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
#교통사고#보행자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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