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수영]석유난 겪고서야 대책 논할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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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국제에너지기구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발전연료 중 석유 비중은 2016년도 기준으로 4%에 불과하다. 석탄 비중이 2016년 37%에서 2040년 26%로 줄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같은 기간 8%에서 24%로 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는 석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석탄의 비중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대체에너지 개발과 무관하게 석유는 산업 소재로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나라의 작년 석유 수입량은 9억4000만 배럴인데 이 중 60%가 석유화학 원료로, 33%는 수송용 연료로 사용됐다. 일부만이 발전용 및 가정상업용으로 쓰였다. 각종 의류는 물론이고 가전제품 등 생활용품 대부분이 석유화학 소재로 만들어진다. 3차원(3D) 프린팅 재료와 자동차, 항공기의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탄소섬유도 석유에서 나온다. 석유화학 제품이 없는 인류의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수송연료로서의 석유는 어떤가. 기술 발전으로 전기자동차의 효율성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대형 수송차량에는 사용될 수 없다. 석유를 대체할 항공기 연료도 아직 개발되지 않아 석유는 상당 기간 주요 수송연료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석유는 땅속 유기물질이 고온 고압 상태에서 오랜 시간 변화해 만들어진다. 인류는 뛰어난 기술로 불과 100년 만에 석유 대부분을 찾아냈고 그중 상당량을 소진했다. 2017년 현재 세계 석유 매장량은 1조7000억 배럴이고 연간 석유 생산량은 340억 배럴이다. 매장량 증가가 없다면 50년 후 고갈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석유는 발견되더라도 상업성이 입증돼 개발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자원량’이라고 한다. 아직 매장량으로 등재되지 않은 자원량을 고려하면 석유 매장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석유 소비량은 최근 수십 년간 연평균 1.5% 정도로 증가한 반면에 매장량은 2010∼2017년 연간 0.5% 느는 데 그쳤다. 소비량 증가율이 훨씬 큰 것은 수급불균형 사태가 머지않은 장래에 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1990년 이후 해저 2000m 이상의 심해 유전이 개발되고 셰일가스와 타이트오일 등이 개발된 것처럼 앞으로도 기술 발전으로 매장량이 증가할 수는 있지만 더 깊은 바다, 더 깊은 지층에서 석유를 생산해야 하므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인류는 첨단 소재를 바탕으로 한 편리한 삶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환경오염과 과다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 소재와 수송연료로서 ‘쌀’처럼 중요한 석유의 고갈에 대해서는 심각한 상황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맛있고 화려한 요리를 끊임없이 개발하면서 식재료의 부족사태는 깨닫지 못한다고 할까. 조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냄새와 연기는 심각하게 걱정하면서 말이다. 식재료인 농작물은 작황이 좋아지면 1년 만에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화석연료인 석유는 만들어지는 데 수백만 년이 걸린다.

석유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석유 개발에 매진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아울러 수요 측면에서는 수소차를 포함한 전기차의 성능을 높이고, 천연가스를 수송연료로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각종 제품의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임과 동시에 다른 소재를 개발하는 데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요 석유수입국인 중국과 일본, 인도 등은 앞으로도 석유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잘 알고 있기에,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엄청난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유 수입량이 세계 5위이고, 석유 제품과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이 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도 석유위기에 대비해 석유자원의 중요성에 귀 기울이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석유난#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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