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민영]기촉법 상시화로 中企 구조조정 도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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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영 IBK경제연구소장
장민영 IBK경제연구소장
한시법으로 도입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6월 말로 효력을 상실하면서 재입법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기촉법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근거가 되는 법으로,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통해 부실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법률적 토대가 된다.

기촉법을 통한 워크아웃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비해 유연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은 금융당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장의 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사모펀드(PEF)나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아직 규모면에서 충분하지 않다. 또 시장에 맡긴 구조조정의 대부분이 경영 정상화 과정을 거친 뒤 지분 매도를 통한 신속한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리하게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경우, 한국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받는 충격이 배가된다.

기촉법의 공백은 국내 고용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은 계열사나 지주사를 활용해 구조조정 설계가 가능한 데 비해 중소기업들은 가용 수단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무역전쟁, 유가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한계 중소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예견되는 와중에 기촉법이 사라져 일시적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매출과 고용 확대가 가능한 중소기업들마저 법정관리로 내몰릴 수 있다.

법정관리는 워크아웃과 달리 상거래 채무마저 동결하는 효과가 있어 경영 위기가 협력 기업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법정관리 자체가 계약 취소 사유가 돼 수주에 의존하는 중소업체들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2016년 3월 제정된 제5차 기촉법은 대상 기업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면서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IBK기업은행이 관리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 약 75%가 워크아웃을 선호했고, 이미 54개의 중소기업이 기촉법에 의한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워크아웃 제도에 대한 중소기업의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 중심의 구조조정과 기촉법의 워크아웃, 법정관리 모두 제각각 장단점이 있는 제도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다양한 구조조정 사례에서 완벽한 하나의 정책과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의 역할은 다양한 선택지들을 제시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기업과 채권자, 투자자들이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중소기업들에는 기촉법이 필요하다.

장민영 IBK경제연구소장
#기촉법 상시화#중소기업#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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