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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우상]북한의 약속, 신뢰하되 검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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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우상]북한의 약속, 신뢰하되 검증하라

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주호주 대사입력 2018-06-14 03:00수정 2018-06-14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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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주호주 대사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담판은 김 위원장의 승리로 끝났다. 회담 하루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고집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 CVID를 포함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 대신 김정은의 입장을 반영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만 겨우 포함시켰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첫 만남이 알맹이 없는 상견례가 될 것임을 이미 예감했다. ‘선출인단 이론’이라는 국제정치 이론에 의하면 김정은과 트럼프는 각자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외교 정책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 향후 미북 간 협상에서도 김정은의 목표는 확고부동하다. 사실상 핵 능력을 보유한 채 조속한 시일 내 대북제재의 해제를 이끌어내 거의 다 소진한 자신의 통치자금을 두둑이 확보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목표는 두 가지로 좁혀진다. 먼저 권력 맛을 본 트럼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핵탄두 일부를 폐기하는 수준에서 타협하는 것을 협상의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리하여 재선에 성공하고 노벨상도 거머쥐고 싶어 할 수 있다. 반면 재력, 권력 등 모든 것을 가진 트럼프가 역사를 탐할 수도 있다.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되기 위해 CVID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수도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각자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센토사섬에서 세기의 만남을 시작했으니 향후 최종 결과 역시 쉽게 예견된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타협하고 외견상 승리를 자축하는 게 유리하다. 형식적으로는 단계적 CVID를 추진하겠지만 그 세부 추진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CVID는 흐지부지될 것이다. 물론 김정은은 대북제재의 해제 및 경제 지원을 확보하여 정권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선출인단 이론에 근거한 이런 시나리오는 미래 한국 사회에 가장 불리하다. 향후 10∼20년 동안 북한은 경제 개방을 통해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고 더 민주화된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은 전혀 없다. 풍부한 통치자금으로 권력을 더욱 강화한 김정은은 사실상 핵무기까지 보유하게 된다. 그때 만일 중국이 지역 패권국으로 등장하고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할 경우 핵 억지력이 없는 한국은 북핵의 볼모가 된다.

물론 CVID에 성공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싶은 트럼프를 가정할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여기에는 트럼프 변수뿐 아니라 폼페이오 요인이 작용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정치적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 육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뛰어난 학생만이 넘볼 수 있는 법학저널 편집장을 맡은 바 있으며 연방 하원의원,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폼페이오 장관이 만일 정치적 야심이 있다면 이는 향후 대권을 노리는 것일 게다. 그러기 위해서 폼페이오는 CVID의 성공을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간주하고 트럼프의 비위를 맞춰 가며 CVID를 위해 매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트럼프와 폼페이오가 합심해서 CVID를 달성하고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추진되기를 기대해봄 직하다.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에게 김정은을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고 설득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주호주 대사
#북미 정상회담#c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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