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우열]국민 더 덥게 만든 與의원의 빈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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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최우열
정치부·최우열
“뭐에 홀린 듯합니다. 긴장하지 못한 게 사실이고요. 깊이 반성하겠습니다.”(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블로그)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깊이 사과드립니다.”(기동민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 예산안을 처리한 22일 국회 본회의에 정작 여당 의원 26명이 무더기로 결석한 데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일부 의원의 반성이 이어졌다. 추미애 대표도 고개를 숙였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회기 중 국외출장 금지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22일 본회의를 앞두고 1시간가량 의결 정족수조차 채우지 못했다. 그러다 기습 퇴장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되돌아와서야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불과 사흘 전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을 만나 추경 통과를 신신당부했던 터라 여당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일은 입법부 본연의 역할에 대한 의원 개개인의 평소 마음가짐이 어땠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다.

의원들의 안이한 자세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청가서(請暇書) 제출 여부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들이 국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청가서를 국회의장에게 내야 한다.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면 하루 3만 원의 회의 수당도 삭감하지 않는다. 학생이 교수에게 읍소하며 결석계를 제출하면 출석을 인정받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런데 22일 본회의 회의록엔 결석한 26명 중 청가서를 낸 의원은 절반 남짓(14명)에 불과했고 출장 신고를 한 의원은 6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나머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들의 태도는 국민들에게 “이 수업(본회의)의 출결은 중요치 않으니, 결석 처리를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란 의미로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국회 관계자는 “청가도 적절한 사유가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미제출자는 개인 여행이나 지역구 활동 등 인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의정활동에서 주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라고 뽑아놨더니 딴짓을 하며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의회 선진국에선 출결 관리가 엄격하다. 프랑스에선 회기 출석을 따져 월급의 30% 이상을 삭감하고, 벨기에는 40%까지 감액하기도 한다. 이런 제도까지 선진국을 따라 하자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서글픈 일이다. 국민들은 “불참 의원들의 다른 수당들까지 회수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해임하는 국민 소환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찌는 듯한 더위에 국민들이 오죽하면 이런 지적까지 하는지 의원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문재인 정부#추경#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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