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인공강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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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염원하는 의식은 지역과 민족을 막론하고 농경사회에서는 예외 없이 이어졌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사랑의 신 큐피드에게 비를 내리게 해 달라고 신전에서 제사를 지냈고, 중세 영국에서는 대기를 뒤흔들어 비를 부르겠다며 마을에 있는 모든 교회의 종을 한꺼번에 울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동물을 제물로 바치고 기도를 하거나 산에 장작을 쌓아 연기를 피우는 방식이 흔했다.

▷현대사회 들어 과학적 방법이 동원된 것이 ‘인공강우’다. ‘구름씨(cloudseed)’로 불리는 요오드화은, 염화칼슘 같은 화학물질을 구름에 뿌려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다. 최초의 인공강우는 194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과학자 빈센트 셰퍼가 비행기를 타고 4000m 상공에서 드라이아이스를 살포해 성공했다. 이후 세계 각국이 연구에 뛰어들며 ‘기후 조작’ 시대를 열었다. 인공강우 목적도 가뭄 해소, 산불 예방, 수자원 확보 등으로 다양해졌다.

▷인공강우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현재 인공지능(AI)과 드론을 이용한 인공강우 기술까지 갖췄다. 1970년대부터 기술 개발에 나선 중국은 2007년 랴오닝성 대가뭄 때 두 차례에 걸쳐 인공강우용 로켓 2100여 발을 발사해 무려 8억 t 이상의 비를 내리게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인공강우를 동원해 흐린 날씨를 맑게 하고 미세먼지까지 걷어냈다. ‘미세먼지와의 전쟁’에서 인공강우가 주목받은 건 이때부터다. 태국도 최근 방콕의 미세먼지를 씻어내기 위해 인공강우를 실시했다.

▷우리 기상청도 25일 서해 하늘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인공강우 실험을 시작한다. 그동안 내륙 지방에서 하다가 실험 무대를 중국발(發) 미세먼지의 이동 통로인 서해로 옮긴 게 눈길을 끈다. 하지만 국내 기술력이 걸음마 단계여서 당장 뿌연 하늘을 씻어줄 인공 비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상청마저 “현재 기술로 당장 미세먼지 개선에 활용하는 건 무리”라고 했다. 미세먼지는 기상천외한 방법 ‘한 방’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인공강우는 그것대로 잘 발전시켜 보되 대책의 핵심은 국내에 방치된 오염원과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모아져야 한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인공강우#구름씨#중국#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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