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광표]음이온과 라돈 침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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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국내에 음이온 열풍이 불었다. “음이온이 세균을 죽이고 공기를 정화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온 일본이 진원지였다. 혈액 정화, 세포 활성화,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해소까지 음이온의 효과는 마구 부풀려졌다. 마사지기, 샤워기, 찜질기, 목걸이부터 팬티, 비누, 방향제, 입욕제, 온돌, 장판, 벽지까지 각종 음이온 제품이 쏟아졌다.

▷최근 라돈 논란을 유발했던 대진침대 매트리스 가운데 7종에서 기준치를 넘는 피폭선량(인체가 받는 방사선의 양)이 확인됐다. 일부 침대에선 연간 허용 기준치인 1mSv(밀리시버트)의 9.35배에 이르는 방사선이 측정됐다. 흉부 엑스선 촬영을 한 번 하면 0.1∼0.3mSv의 방사선이 발생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차 조사에서 침대 매트리스 속커버만 조사하고 기준치 이내라고 발표했다. 이어 재조사에서 스펀지까지 조사하고 체내로 유입되는 내부 피폭량까지 합산하자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다. 방사선의 주범은 스펀지에 사용된 음이온 물질 모나자이트였다.

▷제조업체는 6만1000여 개의 침대를 리콜 조치했지만 회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18일 오후까지 회수된 침대는 500여 개. 소비자협의회는 “회수한 침대를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 불안한 소비자들이 다른 침대의 검사를 원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라돈 침대 이용자의 피폭 검사와 피해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체계적인 대책이 시급한데도 정부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과학계에서는 음이온을 사이비 과학이라 부른다. 음이온의 과학적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모나자이트 등을 사용해 만든 음이온 제품은 취득 시 즉각 폐기하라고 권한다. 2007년 모나자이트 음이온 온돌매트에서 방사선이 나오자 정부는 2012년 ‘생활주변 방사선안전관리법’을 마련했다. 하지만 법만 만들어 놓고 방치해오다 이제야 뒷북 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특허를 받은 음이온 제품은 18만여 개에 이른다.

이광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
#음이온#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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