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주성원]중국식 가상통화 규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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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비트코인의 국제 시세가 17일 만 하루 만에 30%가량이나 떨어졌다. 한국에서도 고점에 비해 반 토막 난 시세로 개미 투자자들이 아우성이다. 블룸버그가 15일 “중국 정부가 가상통화의 개인 간 거래(P2P)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할 것”이라고 보도한 뒤 가상통화 시세는 폭락세다.

▷중국은 신사업 규제를 풀어 빠른 시간에 안정된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국이 최근에야 집중 육성하겠다는 드론은 이미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한 분야다. 기업가치 59조 원이 넘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은 한국에서는 아예 시작도 못 하는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다. 사업은 허용하되 문제가 생기면 규제한다는 ‘사후규제’가 정책의 원칙이다.

▷하지만 체제 유지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면 통제는 가차 없다. 일부 해외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속을 막는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이 그 사례다. 명분은 ‘유해 사이트 차단’이지만 실제로는 온라인상의 체제 위협 소지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인터넷 검열이다. 최근 이 방화벽을 피하는 프로그램을 판매한 사업자가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2016년 발표한 ‘인터넷 자유도’에서 중국은 조사 대상 65개국 중 최하위다. 지난해 9월 중국이 가상통화 거래소를 폐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통화정책과 조세권, 위안화 해외 반출 금지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P2P 사이트에서 거래를 계속하자 다시 초강력 규제 방침을 꺼냈다.

▷가상통화의 미래와 투기 성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젊은이들이 가상통화에 목매는 작금의 상황도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가상통화 암호화 기술인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만큼은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이런 점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거래소 폐쇄 옵션이 살아 있다”고 한 것은 정책 결정권자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좀 더 깊은 성찰이 있었으면 했다. 그보다 혁신의 싹을 키우고, 광풍(狂風)을 잠재우겠다는 접근이면 어땠을까. ‘중국식 규제개혁’은 본받아도 ‘중국식 규제’는 따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
#가상통화#비트코인#중국식 가상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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