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롱패딩이 뭐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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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는 관심사와 유행을 공유함으로써 소속감과 동류의식을 느끼고자 하는 심리가 강한 시기다. ‘등골브레이커’로 불린 노스페이스, 캐나다구스, 디스커버리에 이어 올해는 그 대상이 롱패딩이다. 학생들이 어쩜 저렇게 똑같은 길이와 색깔의 패딩을 입고 있는지 교복이 아닐까 의심하게 될 정도다. 작년에 사준 패딩을 팽개치고 “안 입으면 ‘왕따’ 당한다”며 롱패딩을 사달라는 자녀들의 요청에 부모의 시름도 깊다.

▷유행에 이유가 있을까마는 올해 롱패딩 유행에는 아이돌 그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배꼽티나 미니스커트 등 얇은 옷을 입고 춤추는 아이돌 가수들은 무대 밖 대기실에서 보온을 위해 롱패딩을 자주 입는다. 이런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파되다 보니 모방심리가 강한 청소년들이 같은 옷을 찾게 되고 이것이 어른까지 확산돼 롱패딩 대유행을 불러온 것이다. 이른바 ‘평창 롱패딩’도 4일 ‘평창 드림콘서트’에서 가수 선미와 EXID 하니가 패딩 하나를 나눠 입는 모습이 비치면서 관심의 불을 댕겼다.

▷평창 롱패딩의 마지막 분량 7000장에 대한 판매가 재개된 어제 롯데백화점은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판매 개시는 22일 오전 10시 30분부터였으나 백화점별로 전날 오후 7시부터 줄이 만들어져 대기 순번이 순식간에 동났다. 밤샘 대기자 중에는 며느리에게 패딩을 사주러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온 어르신도 있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있었다. 평창 롱패딩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나치다는 느낌도 든다.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게 유행이다. 유행의 본질이 사회적 동조성이란 얘기다. 어느 나라에나 유행은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주기가 짧고 격렬하다. 동질성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롱패딩이 뭐길래 이 난리일까 싶지만 그것이 한국인의 역동성인 걸 어쩌랴. 2002년 ‘붉은 악마’ 티셔츠처럼 ‘Passion Connected’ 로고가 새겨진 롱패딩을 입고 평창에서 ‘대∼한민국’을 외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롱패딩#평창 롱패딩#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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