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울산 검경의 고래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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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바다에 사는 고래는 77종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대왕고래, 북극고래와 달리 긴수염고래는 북태평양에만 3만 마리 넘게 서식한다. 밍크고래는 동해를 포함해 거의 지구촌 전역에서 서식한다. 상업 포경(捕鯨)은 1986년부터 금지됐지만 고래 고기를 즐기는 일본에선 ‘연구 목적’을 핑계로 불법 포경을 눈감아 준다. 올해 4월 일본 포경선 3척이 밍크고래 333마리를 포획해 시모노세키항에 입항했다가 영국 언론 보도로 원성을 샀다.

▷밍크고래의 연간 국내 소비량은 240마리가량. 고래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려면 ‘그물에 걸린 포획(혼획)’이라는 검찰 날인 유통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울산을 중심으로 연간 밍크고래 150∼160마리가량이 불법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밍크고래 가격은 1kg에 대략 15만 원 선. 그러나 부유층이 즐겨 먹는 부위는 가격이 몇 배나 높다. 지난해 4월 밍크고래 40마리(27t·시가 40억 원가량)를 불법 포획해 유통한 포경·판매업자들이 경찰에 검거됐다.

▷수사를 맡은 검찰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서 불법 포경 여부를 가리는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고래 고기 21t을 피의자들에게 돌려줬다. 시가로 따져 30억 원 가까운 물량이다. 지난달 부임한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폐기해야 할 고래 고기를 돌려줬다”며 철저하게 경위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돌려줬다”는 검찰 주장에 “명백한 실수다. 검사 실수인지, 윗선 지시인지 가려야 한다”고 경찰은 맞선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을 지낸 황 청장은 경찰대 동문회장을 지낸 이 대학 1기 출신이다. 수사권 독립을 위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기회 있을 때마다 경찰 수사권 독립과 수사·기소권 분리를 촉구했다. 과거 수사권 독립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검찰이 경찰 간부의 해묵은 비리 첩보를 끄집어내 수사한 일이 잦았다. 이번 울산에서 벌어진 밍크고래 싸움에선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 오히려 칼자루를 쥔 형국이다. 정권 교체와 세상 변화를 실감케 한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고래#밍크고래#울산지방경찰청#황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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