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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일본 쓰레기장의 19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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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일본 쓰레기장의 1900억

정성희 논설위원 입력 2017-09-13 03:00수정 2017-09-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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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쓰레기장에서 주인 없는 돈이 쏟아지고 있다. NHK가 경찰백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금을 주웠다고 신고한 금액이 지난해에만 177억 엔(약 1900억 원)이다. 혼자 살다가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장롱에 보관하던 뭉칫돈이 사후에 버려진 유품에 섞여 나온 것이다. 쓰레기장만 잘 뒤져도 돈벌이가 될 것 같다. 상속받을 사람이 없어 국고로 귀속된 금융자산만 2015년 420억 엔(약 4340억 원)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의 안타까운 현주소다.

▷일본에서는 2012년 숨진 지 6개월이 지난 90대 아버지 시신 옆에서 60대 아들이 자살해 충격을 주었다. 같은 해 도쿄 아파트에서 30대 딸이 병사하자 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70대 어머니도 곧이어 사망하고 뒤늦게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죽음이 연간 3만 건이 넘는다.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를 통해 독거 가구의 전기 가스 사용량을 점검하고 식사배달 서비스 등을 통해 안위를 살피고 있지만 대상자가 많다 보니 한계가 있다.

▷고독사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악취가 난다고 해서 문을 열었다가 시신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린다. 지난 두 달간 부산에서만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가족관계가 끊어진 사람 16명이 쪽방 등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그중 60대 여성은 사망한 지 넉 달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 공식 통계는 없지만 KBS 파노라마 팀이 2014년 보도한 고독사 및 고독사 의심 사례는 전국에서 1만1002건이었다.

▷고독한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다. 사회적 고립과 가난이 질병과 만날 때 고독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1인 가구 비중이 급증하는 우리는 고독사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고독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회에서 버림받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공동체 붕괴의 조짐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도 중요하지만 이웃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우리도 언젠가 고독사를 맞을 수 있기에 말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일본 쓰레기장 주인 없는 돈#일본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고독사#공동체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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