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흔들리는 표심의 값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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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한 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원의원 선거 역사상 단 몇 표 차로 결과가 바뀔 만큼 박빙의 결과를 보인 선거는 한 번 정도지 싶다. 내가 던진 표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자기기만에 빠지지 말자.” 놀랍게도 이는 ‘괴짜경제학’으로 유명한 시카고대 교수 스티븐 레빗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이다. 실제로 미국 대선에서 한 표가 결과를 바꿀 확률은 평균 60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투표는 시간낭비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런 이유로 기권한다. 하지만 투표 결과에 대한 기대가치를 타인에게 확대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복지 확대를 공약했다고 치자. 설령 나는 대상이 아니라 해도 내 한 표로 결과가 바뀌어 누군가가 복지 혜택을 받는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기부한 셈이 된다.


▷흥미로운 건 한 표의 가치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지 않다는 점이다. 죽어도 1번을 찍거나 2번만 찍는 지역에서 한 표의 가치는 형편없다. 반면 선거 때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지역, 즉 경합지역에선 한 표의 가치는 높아진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민주당에 몰표를 주는 워싱턴DC의 한 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3달러, 콜로라도 뉴햄프셔 버지니아 등 민주당 혹은 공화당에 번갈아 투표하는 주의 한 표 가치는 3만 달러로 1만 배나 됐다.

▷YTN과 서울신문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17일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28.1%로 집계됐다. 다른 조사들도 비슷하다. 주목되는 건 20대 표심이다. 한국갤럽이 18~20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20대에서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62%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파로 무조건 정권교체를 열망하던 이들이 TV토론과 검증 과정을 통해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을 따지게 된 영향인 듯하다.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기 어렵듯 움직이는 표심이 그렇다. 스윙보터는 스스로 가치를 높일 줄 아는 똑똑한 유권자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2017 대선#괴짜경제학#스티븐 레빗#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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