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선업 회생 조짐에 찬물 끼얹는 합병반대 파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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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하는 노동계 반발이 본격화됐다. 대우조선 노조는 어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2% 이상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파업, 상경 집회 등을 통해 회사 매각 반대를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민노총 금속노조와 일부 야당 의원도 앞서 국회에서 대우조선 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여론 조성에 불을 지폈다.

합병 과정에서 고용 불안을 염려하는 노조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업계 1, 2위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합치면 향후 중복사업 분야에서 여러 형태의 사업·인력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 있다. 하지만 매각 백지화까지 요구하며 총파업 등 실력행사에 나선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합병 이후에도 두 회사가 한동안 독립체제로 운영될 방침이며 인력 감축이 예고된 것도 아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양사가 상당 부분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단계이고 상당한 수주 물량을 확보한 상태여서 인위적 구조조정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대주주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으며 10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국민 세금을 회수하고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대우조선을 빨리 민영화해야 했지만 정치 논리 등에 밀려 번번이 매각 시기를 놓쳤다. ‘주인 없는 회사’에서 노사 야합이 초래한 부실·방만 경영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국민경제가 떠안아왔다.

노조가 매각을 반대한다면 지금처럼 정책자금으로 연명하는, 비효율적인 공기업 체제로 계속 남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 대우조선의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와 구조조정의 마무리를 위해선 ‘주인 찾기’가 필수이고, 조선업황이 회복세인 지금이 적기다. 이번에도 때를 놓치면 조선업 구조 개편과 경쟁력 제고는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한다. 정부와 산업은행, 현대중공업은 노조와 일부 정치권, 지역여론의 반발에 휘둘려 실기해선 안 된다. 노조도 지금이 회생의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을 갖고 합병 작업에 힘을 보태야 한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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