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사고는 없애려 난리더니 혁신학교는 원칙 없는 재지정 남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8일 00시 00분


코멘트
동아일보가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의 혁신학교(초중고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재지정을 신청한 혁신학교 855곳 중 취소된 곳은 11곳으로 탈락률은 1.2%에 불과했다. 8개 시도교육청은 재지정 기준점이 아예 없었고, 7개 시도교육청은 기준점이 있으나 마나였다. 형식적인 재지정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2009년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도입할 당시 13곳이었던 혁신학교는 10년 동안 전국 초중고교의 15%(1171곳)까지 급증했다.

혁신학교는 입시 경쟁에 매몰된 학교 수업을 바꿔 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체험·토론 수업 위주로 운영되는 등 교육 과정 및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갖는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평가 없이 혁신학교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기 혁신학교 성공 모델은 확산되지 못 했고 그 대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고 ‘노는 학교’라는 인식이 퍼졌다.

실제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혁신학교 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1.9%로 전국 평균(4.5%)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았고, 중학생은 5%로 전국 평균(3.6%)을 웃돌았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기도 했다.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일반학교보다 연간 4000만∼8000만 원의 예산이 추가 투입된다. 그런데도 재지정 심사는 아예 예산 지원이 없는 자율형사립고보다 허술하다. 전국 42곳뿐인 자사고를 폐지하기 위해 평가 지표를 바꾸는 등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는 교육당국이 그보다 27배나 많은 혁신학교 평가는 손을 놓은 채 예산을 뿌리고 있다. 혁신학교가 내실 있는 운영이 이뤄졌다면 우리의 공교육 현실은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학습이든, 인성이든, 진로 탐색이든 하나라도 제대로 가르쳤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호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이제라도 엄격히 평가해서 경쟁력을 키우든가,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
#자사고 폐지#혁신학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