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 정부서 더 받고 다음 정부서 더 내라는 ‘연금개혁 실종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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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13%,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을 40∼50% 사이에서 결정하되, 기초연금을 인상해 실질적인 노후소득을 늘리는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정부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가 보고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재검토를 지시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연금개혁 의지가 크게 후퇴했다.

초안에서 3개였던 정부안은 4개로 늘었는데 현행대로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안이 새로 포함됐다. 국민연금기금이 2057년이면 고갈되는데 아예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며 2022년부터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있다. 그나마 연금개혁안으로 볼 수 있는 건 소득대체율을 각각 45%,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각각 12%, 13%로 올리는 방안이다. 그런데 소득대체율은 이번 정부 내인 2021년까지 바로 올리는 반면, 보험료율은 2021년부터 5년마다 1%포인트씩 인상한다. 인상 속도는 완만해야 하지만 인상 시점을 최대한 미룬 탓에 차기 정부의 부담이 커졌다.

연금개혁으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실종된 이번 안에 대해 청와대는 “공적연금 개혁의 정책 목표를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의 이런 인식에다 향후 국민연금법 개정 과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 국민연금 개혁은 물 건너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국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국회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거쳐 입법하겠다”며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시점까지 사회적 논의 기간이 길어지면 정치권의 표심 잡기로 오히려 개악이 될 개연성도 있다.

국민연금은 2007년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춘 이후로 역대 정부마다 개혁을 미뤄 왔다. 기금 고갈로 40년 뒤 ‘바로 걷어 바로 주는’ 부과식으로 바뀐다면 보험료율이 현재 3배인 약 27%까지 뛴다. 이번 정부도 실기하고 결국 우리 자식 세대에 그런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인가.
#국민연금#소득대체율#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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