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北美 3국 정상회담 추진, 담대하되 성급해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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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열릴 북-미 정상회담은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주재하며 이같이 밝히고 “이번 회담들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한반도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 3국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준비위는 남북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대표단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2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을 열 것을 북측에 제안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남북, 북-미에 이은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달성이라는 ‘한반도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기대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중재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절호의 기회가 마련된 만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일거에 풀어내는 계기로 만들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장소에 따라서는 더욱 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남북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면 자연스럽게 문 대통령이 참여하는 3국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기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남북미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다”며 그것을 이룰 전략을 ‘담대하게’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인 10·4정상선언을 복원 계승함으로써 보수정부 9년의 대북 관계 단절을 단숨에 건너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10·4선언엔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終戰)을 선언하는 문제’도 명시돼 있는 만큼 3국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 이벤트가 이뤄질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최근 한반도 정세의 급진전에 비춰 보면 그리 무리한 욕심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북-미 관계 정상화 등 문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 하나하나가 70년 냉전질서 속에 난제가 겹겹이 쌓인 사안이고, 그 완성까지는 숱한 논란과 장애를 뛰어넘어야 한다. 한 가지 사안이 삐끗하면, 또 주변국 어디든 반대하거나 외면하면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 큰 그림만으론 모래성을 쌓을 뿐이다. 가장 먼저 남북 간에 시작하는 정상회담 시즌이 한 달 남았다. 담대하되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3국 정상회담#비핵화#평화체제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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