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前前 대통령 망신과 불행, 또다시 國格 떨어뜨릴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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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전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한 반응이다.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 중 쿠데타로 처벌받았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빼고 유일하게 남는 한 명이 이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할 당시의 대통령이다. 전·현직 대통령이 국가 대사를 앞두고 성공적 개최를 위해 손을 맞잡아도 부족할 판에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니 지켜보는 국민은 불편하고 착잡하다.

이 전 대통령의 성명은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4억여 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뒤 나왔다. 수사의 칼날이 턱밑까지 들이닥쳐 궁지에 몰린 데서 나온 반응이라고 해도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성명서를 읽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한 것은 도를 넘었다. 그럼에도 현직 대통령이 국민들 들으라고 대놓고 ‘분노’란 표현을 써가며 감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부적절하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자신도 회고록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참여정부에 대한 증오심과 적대감에서 시작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의혹에 관해 시인도 부인도 않으면서 “저의 재임 중에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라도 의혹이 있으면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검찰도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에 대한 예우를 갖춰 신속히 끝낸다는 자세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수사에서 안타까웠던 것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두렁 시계’식의 수사정보를 흘리다 결국 전직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운 망신 주기였다. 이런 망신 주기가 반복되면 그때는 정치보복이라 해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수사는 법에 따라 하되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다. 세계의 이목이 쏠릴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또 한번 전직 대통령의 망신과 불행으로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명박 국정원 특활비 의혹#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적폐청산#논두렁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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