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 ‘JSA 대응’ 높이 산 유엔사, 北 책임 엄중히 따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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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드 캐럴 유엔군사령부 공보실장이 어제 국방부에서 13일 발생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병사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상황이 담긴 4군데 폐쇄회로(CC)TV와 열감시장비(TOD) 영상을 공개했다. 유엔사는 북한군 추격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선 귀순 병사를 향해 총격을 가한 것과 북한군 추격조 한 명이 MDL을 넘은 것은 명백한 유엔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유엔사는 북한군에 이 사실을 통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회의를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JSA 내 군 경계병의 MDL 월경(越境)과 사격을 금지한 정전협정을 북한군이 명백하게 위반한 중대 사태다. 더욱이 1953년 7월 작성된 정전협정문에는 “비무장지대에서 소총과 권총만 무장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북한군은 JSA 내에서 자동소총을 발사했다. 유엔사는 북한군에 정전협정 위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재발방지책을 받아 내 이를 기록으로 남겨 훗날에 대비해야 한다.

공개된 화면에는 JSA에 총성이 울리자 한미 양국 경비대대장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장면도 나온다. 우리 군은 경비대대장 권영환 중령의 엄호를 받은 중사 2명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 북한군 초소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던 귀순 병사를 구출했다. 북한군이 언제 또 도발할지 모르는 일촉즉발 상황에도 침착한 대응이 돋보였다. 유엔사는 “모호한 상황에 잘 대처해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마무리한 JSA경비대 소속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 판단을 지지한다”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날 굉장한 용기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왜 빨리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군 초병에게 위해(危害)가 되는지, 앞으로 위기가 고조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 대응 사격 여부를 총괄하는 지휘자는 미군 JSA 경비대대장이라고 유엔사 교전규칙은 규정하고 있다. 이번 경우엔 자위권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고, 대응 사격의 경우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군과 유엔사 대응이 적절했다.

유엔사도 한국군 대응이 정전협정 정신에 입각해 이뤄졌다고 평가한 마당에 우리끼리 “왜 우리는 가만히 있었느냐”며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MDL을 뛰어넘은 귀순병이 쓰러진 뒤에도 총을 쏜 북한군의 과잉 대응은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떠나 휴머니즘에 반하는 행위로 기록될 것이다.
#채드 캐럴#국방부#공동경비구역#jsa#귀순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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