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은 구멍 난 배, 소프트파워로 침몰시키라”는 태영호 충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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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은 2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내년 추가 도발계획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태 위원은 “김정은은 7차 핵실험과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을 증명할 추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을 위해 한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제안이란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전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른바 ‘쌍중단(雙中斷)’ 카드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지내다 지난해 7월 망명해온 태 위원은 근간의 북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아 북한의 행태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얼마 전 한 달 넘게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건 북한 주민에게 직접 다가가려는 시민단체나 비정부기구가 극소수일뿐더러 대부분 재정 위기에 몰려있다는 사실”이라며 해외에서 오히려 이런 노력이 활발한 것은 ‘한국인으로서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이었던 사람으로서 한국민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해달라는 안타까운 당부였다.

그가 방미 중 북한 체제를 허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제시한 ‘소프트파워’는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한국의 걸그룹 노래를 좋아하더라”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전언에서 그 필요성이 확인됐다. 그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귀순 병사의 발언은 실효성이 있다는 데 힘을 실어준다. 더 많은 남쪽의 소식을 북한 내부로 유입시켜 체제 변화의 여망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북한 인권법과 미국의 북한 인권법도 그런 취지를 담고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한은 ‘구멍 뚫린 배’다. 이미 터진 구멍으로 물이 더 빠르게 들어가도록 해야 하는데 한국은 배는 보지 않고 자꾸 김정은과 선원만 보는 것이 아닌가 반성을 촉구했다. 제재는 하되 제재만으로는 부족하고, 소프트파워로 북한 내부를 변화시켜야 한다.
#태영호#김정은#시진핑#북한 추가 도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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