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원 전원합의체 有罪판결을 ‘적폐’라는 집권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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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수감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어제 만기 출소했다. 그런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전 총리 사법처리에 대해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며 “기소독점주의 폐단과 사법 부정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도 어제 논평을 통해 “정치탄압을 기획하고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이라며 “사법정의가 바로 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의 대표와 대변인이 한 전 총리의 복역을 ‘억울한 옥살이’라고 주장하는 선을 넘어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한 것이다.

한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에 참여했던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은 어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근거 없는 비난은 사법부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의 유죄 확정판결은 대법관 13명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서 결정됐다. 한 전 총리는 전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자금에서 어떻게 건설업자가 제공한 1억 원의 수표가 발견될 수 있겠는가. 대법관 모두 이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사실 한 전 총리의 수사 및 재판 과정을 보면 일반인보다 오히려 혜택을 받았다. 9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불법수수하면 보통 피의자를 구속하는 게 관행이지만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이 선고됐지만 법원은 그가 현직 의원이라는 이유로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건 선고를 2년 가까이 끌어 그는 2015년 8월 24일 수감될 때까지 국회의원 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억울하다기보다는 특혜를 누린 셈이다.

한 전 총리와 집권 여당은 2011년 10월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재판부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 9월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뀌자 “정치적 판결”이라고 재판부를 비난했다. 수사와 재판의 유불리만을 가지고 평가를 달리한다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집권세력의 근거 없는 사법부 비난은 곧바로 ‘사법부 독립’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한명숙#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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