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총장의 反부패협의회 참석 부적절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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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아 주재하는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는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핵심 사정·권력기관장이 모두 참석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쥐고 있어 검찰총장에게는 각별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검찰총장의 참석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만이 아니라 검찰 밖에서도 나온다.

야당 대표들은 어제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검찰총장의 청와대 출입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는 개별 사건에 대한 감사나 수사가 아니라 제도 개선을 하려는 것이다”라며 “참여정부(노무현 정부)에서도 9차례 협의회를 열었는데 정치 보복이나 사정에 활용된 사례를 본 적이 없을 것이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계획대로 참석시키겠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는 법무부 장관만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수사지휘를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난다는 사실이 독립적 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통화한 사실 자체를 문제 삼았다. 대통령과 검찰총장이 직접 대면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어제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등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권의 문건을 공개한 데 대해 “여론몰이식 공개”라며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문건에 범죄의 증거가 될 만한 것이 있으면 조용히 검찰에 넘기면 될 것을 연일 공개해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 청와대가 검찰총장을 불러들여 회의를 한다면 사정(司正)의 공정성에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조국 민정수석은 취임 일성으로 “청와대가 수사지휘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무색하게 얼마 지나지 않아 세월호 재수사, 정윤회 문건 재수사 지시를 내렸다. 약속보다는 제도로 말해야 한다. 검찰총장을 참석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검찰을 정치 보복이나 사정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신뢰할 수 있는 징표가 될 수 있다.
#문재인#검찰총장#반부패협의회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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