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훈 후보, 대북협상가에서 안보파수꾼으로 바뀌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0시 00분


코멘트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은 정권을 비호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정보 수집업무 폐지 공약에 대해선 “선거 개입, 민간인 사찰 같은 행위를 없애겠다는 것이지, 대공 수사력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정원의 개혁은 추진하되 본연의 임무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여야 의원들은 고액 자문료 같은 신상검증 외에 서 후보자의 대북관과 안보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서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한 대북 협상전문가인 만큼 새 정부의 국정원이 물밑 대화 창구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서 후보자 스스로도 국정원장에 지명된 직후 “조건이 성숙되면 (대통령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서 후보자는 “남북관계와 남북회담은 기본적으로 통일부의 책무”라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 공약인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서도 “대공수사를 가장 잘할 기관은 국정원”이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서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 어제 오전 북한은 또다시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새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 도발이다. 정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을 규탄하고 단호한 대응을 경고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잇단 도발에 대한 대응 수위는 점점 느슨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의 첫 도발 때만 직접 NSC를 주재하고 이후엔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대북정보의 최일선 기관장으로서 보다 분명한 소신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 후보자는 2012년 대선 때 발생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칫 정치 보복성 조사로 국정원 조직을 흔들어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개입해서도 안 되지만 정권 입맛에 맞춘 대북 정보를 생산해서도, 과거처럼 대북 비선 접촉에 나서서도 안 된다.
#서훈#국가정보원장#국회 인사청문회#대북협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