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잠든 환기장치를 깨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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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연일 기록적인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공습하고 있는 가운데 5일에는 서울지역 일평균 초미세먼지 수치가 m³당 135μg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는 밖으로 중국과의 협조를, 안으로는 비상저감조치와 외출 자제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내에 있어도 오염된 외부 공기를 100% 차단할 수 없는 만큼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키는 것 역시 올바른 실내공기질 관리법이 아니다.

실내공기질 문제에는 미세먼지 외에도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당장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아지면 학습능률 저하 현상이 일어나고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유기화합물은 구토, 두통을 유발한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 중인 절대다수의 필터 방식 공기청정기로는 미세먼지밖에 해결할 수 없다. 지난해 학교 내 미세먼지 대책으로 공기청정기 설치가 추진됐지만 오히려 공기청정기 설치 후 환기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부작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미세먼지를 제외한 다양한 실내공기질 문제는 외부 공기의 유입, 즉 환기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환기는 창문을 열어 외부 공기를 들이는 것이지만 고농도 미세먼지가 있을 땐 외부의 미세먼지를 집으로 들이는 꼴이 된다. 따라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각 가정의 환기장치를 올바르게 가동하는 것이다. 공기청정기와 달리 환기장치는 외부 공기를 실내로 유입시키는 과정에서 미세먼지 등을 걸러내고 실내에서 발생한 나쁜 공기는 바깥으로 배출시켜 대부분의 실내공기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06년 이후 승인된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및 다중이용시설은 환기장치가 의무적으로 설치됐다. 서울에만 30여만 가구(2017년 기준)에 환기장치가 설치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환기장치가 설치된 사실을 몰라 사용률이 20%를 넘기지 못하고,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시민들에게 ‘환기장치 사용 및 관리요령’을 안내하고 각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환기장치 사용을 독려하기도 했다.

최근 환기장치 필터를 교체하는 가정이 조금 늘고 있지만 올바른 점검 없이 필터만 교체해 필터에 먼지가 심각하게 끼어 효율이 떨어지거나, 잘못된 필터 삽입으로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 등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우리에게 엄청난 두려움을 주는 새로운 재해가 돼버렸다. 개인과 국가는 많은 예산과 비용을 들여 공기청정기를 구입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현명한 대처법은 이미 내 집에 설치된 환기장치를 올바르게 점검하고 잘 사용하는 것이다. 내 집에 잠들어 있는 환기장치를 깨워 미세먼지 공포 속에서 건강을 지켜낼 수 있는 가정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미세먼지#환기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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