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실내 공기 오염 극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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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지난해 말 강릉의 한 펜션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현장학습을 진행 중이던 고등학생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보일러 배기구가 이탈하며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역류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로 농도가 높아지면 수분 내에도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펜션에는 연기를 감지하는 단독 경보형 감지기는 설치돼 있었지만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없었다. 현행법상 숙박 시설이나 식당, 주택에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 같은 독성물질이 아니더라도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한 위험은 산재해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팀이 실내 공기질 관리법에 따라 법적 측정 기준(평균치)을 통과한 서울지역 어린이집 46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 어린이집 모두 특정 시간에는 미세먼지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농도가 법적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침묵의 살인자’로 떠오르고 있는 실내 공기 오염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다음의 사례를 보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교외의 스토락스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원인 모를 호흡기 질환에 시달려 골머리를 앓았다. 문제는 학교 옥상에 휴대전화 기지국이 설치되면서 시작됐다. 휴대전화 기지국을 운용하기 위해 디젤 발전기가 함께 설치됐는데 여기서 발생한 배기가스가 건물의 환기시스템으로 유입돼 학교 전체로 퍼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 교사가 수업의 일환으로 실내 공기질을 측정하는 보급형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하면서 우연치 않게 밝혀졌다. 1∼2시간마다 미세오염물질의 농도가 급증했던 것이다. 데이터를 근거로 호흡기 질환의 원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옥상에 설치된 디젤 발전기가 범인으로 지목돼 결국 기지국은 철거됐다.

스토락스고교의 사례는 보급형 공기 측정 센서가 보이지 않는 실내 공기 오염으로부터 수많은 학생들의 건강을 지킨 소중한 사례이다. 이 이야기는 2016년 6월 뉴스위크지의 커버스토리로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에도 보급형 공기 측정 센서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동대문·도봉·강동구를 시작으로 모든 어린이집에 IoT 공기측정기를 설치하며 어린이집 실내 공기질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성인보다 최대 3배까지 호흡량이 많은 취약계층인 어린이부터 보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50만∼7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데 그중 약 400만 명이 실내 공기오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가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에이즈나 당뇨병,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번 강릉 사건은 1만∼2만 원짜리 일산화탄소 경보기나 보급형 공기 측정 센서만 설치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실내 공기 오염이 소리 소문 없이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만큼 보급형 IoT 공기 측정 센서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우리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일산화탄소 중독#보일러 배기관#실내 공기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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