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청년들이여 침묵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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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나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실장
한빛나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실장
“세상이 침묵할지라도 청년들이여 침묵하지 말라.” 지난주 미국 전역에서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평화시위가 벌어졌다.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이 있은 다음 날 교황은 전 세계 청년들에게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낡은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건 다름 아닌 청년들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분들에게 기후 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겠습니다.” 27일 기후변화센터 대학생 활동가 모임인 ‘유세이버스’ 11기 발대식이 열렸다.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앞장서겠다는 청년들의 힘찬 다짐이 이어졌다.

서울시내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건물은 어디일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에어컨을 풀가동하는 쇼핑몰일까? 아니다. 쇼핑몰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곳이 바로 대학 캠퍼스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학과 병원, 호텔, 백화점 등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건물 335곳 중 1위는 서울대다. 서울대는 연간 11만 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미국의 하와이대 마우이 칼리지는 캠퍼스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조만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예정이다. 코넬대는 2035년까지 캠퍼스 내 천연가스발전소를 모두 태양광과 지열발전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델라웨어대는 캠퍼스 내에 높이가 80m나 되는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루이스 캠퍼스와 인근 100여 가구에 전기를 제공하고 있다.

또 볼주립대는 연간 8만5000t의 탄소를 뿜어대던 노후 석탄보일러를 탄소 배출 제로의 지열 난방 시스템으로 교체해 매년 2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2300개의 지역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 외에도 대학교 전력의 대부분을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우수한 ‘그린파워’ 대학이 전 세계에 수십 곳에 달한다.

‘유세이버스’는 몇 해 전부터 대학가에서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지구의 날’ 불끄기 행사에 참여하고 탄소상쇄숲 조성을 위해 나무도 심었다. 올해는 ‘그린캠퍼스 아카데미’를 통해 캠퍼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수많은 학생이 참여한 그린캠퍼스 캠페인이 실제 대학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는지는 미지수다. 솔직히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대학 건물의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은 학생들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의 시설 및 설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대학 정책 결정권자의 리더십 문제다.

신학기의 설렘 속에 우리 청년들의 푸른 꿈이 교정에 핀 벚꽃처럼 아름다운 3월의 끝자락이다. 능동적인 청년들의 목소리가 고착되고 묵은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청년들의 외침에 대학 리더들이 기꺼이 화답해 그린캠퍼스의 희망 물결이 전국에서 넘실거리기를 기대한다.
 
한빛나라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실장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기후 변화#대학가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그린캠퍼스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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