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날飛] 16년 만에 가장 추운 10월… 겨울 같은 가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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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실종된 걸까. 난데없는 겨울 추위가 찾아왔다. 오늘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0.7도. 2002년 10월 28일 ¤0.3도를 기록한 이후 16년 2일 만에 가장 추운 10월 날씨로 기록됐다. 서울에서는 첫 얼음도 같은 날 관측됐다. 10월은 아직 하루가 남아 있지만 30일까지의 10월 평균기온 역시 8.7도로 1997년 8.2도 이후 21년 만에 가장 추운 10월이자 1981~2018년 사이 3번째로 추운 10월로 기록됐다. 같은 기간 두 번째로 추웠던 가을은 1993년 8.3도다.
2018년 10월 30일 새벽 3시 우리나라 상공 일기도. 10km 상공에서 흐르는 제트기류가 한반도 쪽으로 크게 회오리치면서 
북극 한기가 따라 내려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5km 상공의 기온이 영하 25℃까지 떨어졌다. 5km 상공 기온은 그날 지표면 
기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료: 기상청
2018년 10월 30일 새벽 3시 우리나라 상공 일기도. 10km 상공에서 흐르는 제트기류가 한반도 쪽으로 크게 회오리치면서 북극 한기가 따라 내려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5km 상공의 기온이 영하 25℃까지 떨어졌다. 5km 상공 기온은 그날 지표면 기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료: 기상청

추워진 날씨는 우리나라 상공으로 차갑고 빠른 제트기류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5km 상공 높은 하늘의 기압 배치가 제트기류를 평소보다 크게 회오리처럼 휘두르면서, 우리나라로 내려오는 찬 공기는 북극 하늘을 거쳐 잔뜩 냉각된 채 한반도 상공을 직접 강타했다.

10월 18일 설악산 중청봉에 첫눈이 내린 모습. 기상청은 올해 이 곳에 내린 첫눈은 작년보다 16일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자료: 기상청
10월 18일 설악산 중청봉에 첫눈이 내린 모습. 기상청은 올해 이 곳에 내린 첫눈은 작년보다 16일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자료: 기상청

일찍 추워진 가을이 서울만의 일은 아니다. 설악산 중천봉에는 지난 10월 18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지난해보다 16일이나 빨리 첫눈이 내렸다. 설악산 오색리의 오늘 최저기온은 영하 8도였다. 강원 영동 산간 지방은 10일 경부터 며칠을 빼곤 계속 영하권 기온을 이어오고 있다.

1981~2018년의 10월 날짜별 평균 기온과 올해 10월 기온. 올해는 유난히 기온이 빨리 떨어지기 시작했고 최근 5일 사이엔 급격히 추워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기상청
1981~2018년의 10월 날짜별 평균 기온과 올해 10월 기온. 올해는 유난히 기온이 빨리 떨어지기 시작했고 최근 5일 사이엔 급격히 추워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기상청

특히 올해는 기온이 일찍부터 떨어지면서 10월이 더 춥게 느껴진다. 서울 최저기온은 15일 10.9도를 기록한 이후 더 이상 10도 위로 오르지 않았다. 비슷한 기온 분포를 보인 적은 1993년 이후 없었다.

오늘(10월 30일) 관측된 서울의 올해 첫 얼음. 서울 외에도 수원 춘천 홍성 등에서 첫 얼음이 얼었다. 각 지역의 첫 얼음 날짜는 지역 기상청·기상대에 설치된 증발계의 물에 얼음이 생긴 날을 기준으로 한다. 자료: 기상청
오늘(10월 30일) 관측된 서울의 올해 첫 얼음. 서울 외에도 수원 춘천 홍성 등에서 첫 얼음이 얼었다. 각 지역의 첫 얼음 날짜는 지역 기상청·기상대에 설치된 증발계의 물에 얼음이 생긴 날을 기준으로 한다. 자료: 기상청

유난히 추운 가을을 보내고 있다 보니 일부에서는 한겨울 혹한을 염려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올해 전지구에서 나타났던 맹폭염으로 북극 얼음이 많이 녹았고, 다시 얼어붙는 속도도 더디기 때문에 북극 온도가 낮아져 한반도까지 맹추위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북극 온도가 낮아지면 북극의 냉기를 가두는 고위도에서 세차게 맴돌아야 할 제트기류가 힘이 약해지면서 한반도가 있는 중위도까지 내려온다. 그 결과 한반도가 이 한기에 노출되어 겨울이 매우 추워지게 된다.

인터넷 사이트 ‘어스널스쿨(earthnullschool)에 표시된 10월 30일 상공 10km(250hpa) 제트기류 모습(위)과
 5km(500hpa) 기온 분포도. 비슷한 모양으로 제트기류 안에 한기가 갇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그림의 한가운데가 
북극으로 제트기류에서는 빨간 색이 짙을수록 바람이 세고 기온 분포에서는 보라색이 짙을수록 기온이 낮다. 주황색 동그라미가 한반도 
위치로, 겨울철이 되어서도 제트기류가 북극 쪽으로 지름을 좁히지 않으면 한겨울 한파가 우리나라에 들이닥친다.
인터넷 사이트 ‘어스널스쿨(earthnullschool)에 표시된 10월 30일 상공 10km(250hpa) 제트기류 모습(위)과 5km(500hpa) 기온 분포도. 비슷한 모양으로 제트기류 안에 한기가 갇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그림의 한가운데가 북극으로 제트기류에서는 빨간 색이 짙을수록 바람이 세고 기온 분포에서는 보라색이 짙을수록 기온이 낮다. 주황색 동그라미가 한반도 위치로, 겨울철이 되어서도 제트기류가 북극 쪽으로 지름을 좁히지 않으면 한겨울 한파가 우리나라에 들이닥친다.

다만 이런 전망들은 말 그대로 예상일뿐이다. 1981~2017년 기간동안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의 기온을 월별로 나열해보면 올해보다 10월 기온이 낮았던 1993년과 2002년 모두 한겨울 기온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상청은 10월 30일 ’3개월 날씨 전망‘을 발표하고 올겨울 기온은 간간이 찾아오는 한파를 제외하면 평년과 비슷하거나 살짝 높겠다고 내다봤다.

1981~2017년 10월~다음해 2월의 월평균 기온 분포. 각 월별로 붉은색이 짙을수록 따뜻하고 파란색이 짙을수록 춥다는 의미다. 자료: 기상청
1981~2017년 10월~다음해 2월의 월평균 기온 분포. 각 월별로 붉은색이 짙을수록 따뜻하고 파란색이 짙을수록 춥다는 의미다. 자료: 기상청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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