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 디자이너의 열악한 현실, 한경대 디자인학과의 대안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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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북페어‘(2015년 10월)에 설치한 국립한경대 디자인학과의 ’창의창업센터(C-MONOVATION) 부스. 오른 쪽의 ‘24’가 탈북학교 학생과 학부학생이 함께 콜래보작업으로 그린 남북학생의 서로 다른 24시간 주제 그림 설명문이다. 한경대 제공
‘프랑크푸르트 북페어‘(2015년 10월)에 설치한 국립한경대 디자인학과의 ’창의창업센터(C-MONOVATION) 부스. 오른 쪽의 ‘24’가 탈북학교 학생과 학부학생이 함께 콜래보작업으로 그린 남북학생의 서로 다른 24시간 주제 그림 설명문이다. 한경대 제공
디자인이 모든 산업에서 성패의 핵심이 된 요즘. 놀랍게도 한국은 미국 일본(연간 2만8000명) 다음으로 디자이너를 많이 배출(2만5000명)하는 나라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졸업 후 일하는 기간이 3.58년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그 이유, 과연 뭘까.

"디자인교육을 창의에만 치중한 결과라고 봐요. 경영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요구하는 것만 제공하는 종속적인 디자이너에 머무는 거지요. 그러다 보면 직업적 다양성은 물론 직업 경쟁력도 갖출 수가 없게 됩니다."

국립 한경대 디자인학과(이공대학) 이경선교수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을까. "산업을 독자적으로 주도할 '창의 디자이너'로 키워내는 겁니다. 창업교육까지 병행해서 말이지요. 단순서비스에 머물던 디자이너를 시장기회의 발굴부터 유통 판매까지 살피고 수행할 전략적 가치창출의 주체로 육성하는 겁니다."

이게 한경대 디자인학과가 추구하는 핵심가치다. 그리고 이 학과에선 그걸 '창의창업혁신사업단'(C-Monovation Center)의 다양한 사업을 기반으로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전은 '창의(Creativity)능력'에 기반 한 '모노베이션'(독점적 혁신)을 이끌 전천후 디자이너 육성 배출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에 교육부의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1)에 선정돼 5년간 1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모노베이션'은 '제3의 물결'(미래학자 알빈 토플러의 저서)에서 발전시킨 아이디어입니다."

토플러 박사는 미래를 이끌 제3의 물결이 '조직 내' 혁신(Innovation)이 아니라 새 상품이나 콘텐츠로 시장을 독점할 '독점적 혁신'에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노베이션은 그 '독점'(Monopoly)과 '혁신'(Innovation)의 합성어. 독창적 아이디어로 시장을 독점할 상품이나 콘텐츠가 미래엔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견해인데 이미 우린 그걸 보고 있다. 스마트 폰과 페이스북, 구글이다.

"맞습니다. 스티브 잡스처럼 모험적인 창의력에 도전적인 기업가정신까지 갖춘 창의창업인재야 말로 국립한경대가 추구하는 'C 모노베이션 디자이너'입니다."

그 창의기반의 독점적 혁신디자이너를 키울 요람은 이미 가동 중이다. 한경대 이공대학의 4층 CMCO룸이다. 2015년 국제문구박람회 '프랑크푸르트 페이퍼월드'(1월·재학생 11명 참가)와 '프랑크푸르트 북페어'(10월·재학생 55명 참가)에 참가해 출품한 카드와 도서·교육용 출판콘텐츠, 서울디자인페스티벌(12월·재학생 79명 참가)에 내건 디자인 프로모션이 모두 여기서 제작된 상품이다.

"페이퍼월드에선 자폐장애 작가의 그림이 든 카드 열아홉 종을 선뵀고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선 어른들을 위한 색칠 책 '컬러링벗'과 한경대를 품은 안성(경기도)의 중앙시장을 상인들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사진으로 보여준 이야기사진 책 '시장전상서'등을 출품했습니다. 학생들의 신선한 시각이 느껴지는 디자인과 표현방식은 서양인들에게도 통했고 그래서 시장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수확은 전 세계를 상대하면서 시장의 요구와 흐름을 스스로 깨친 참가학생들의 자각과 체험이지요.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소득이었고 저희가 추구하는 C모노베이션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이교수는 당시 부스에 전시한 학생들의 디자인 상품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바이어로부터 주문도 받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 상품은 디자인학부의 '캠퍼스학생디자인회사'(CM&CO·C-Monovation and Company)에서 생산해 협동조합이 판매하는 사업화의 주력 품목이 될 전망이다. 이런 것이 한경대 디자인학과가 추진 중인 '산업주도 적 창의디자이너' 육성방식이다.

"CMCO는 실무기회와 사업화 경험을 쌓는 새로운 형태의 교실이자 실험실입니다. 일감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제공하고요. 브랜드상품, 편집디자인, 웹디자인 등 다양합니다. 이 회사는 디자인용역과 개발로 구성됐는데 지도교수와 전문디자이너로 구성된 멘토가 실제 사업을 지도합니다. 수익은 모두 학생 몫이지요."

제반시설도 다 갖춰졌다. CMCO 제작실외에 미팅 룸이 있고 컴퓨터와 프린터 등 기자재도 완벽하다. 학교는 사업비(홍보 제작 전문디자이너의 지도 등)외에 특성화 장학금(1인당 100만원)도 제공한다. 2016년도에도 여기선 다양한 디자인 제품이 생산됐다. 가변형 플라스틱에 희망을 담은 삐급(조금 모자란 듯해도 쓸만한)뱃지, 소량의 판화포스터를 만드는 '다자트' 등의 프로젝트다. 2015년에 출범한 '디자인협동조합'도 활동 중이다. 여기엔 전 학년(7개 팀· 팀장은 3학년)이 참가한다.

국립한경대의 창의·창업 교육프로그램은 취업과 창업을 통해 그 우수성을 입증한다. 그리고 특성화사업을 통해 탄력을 받고 있는데 혁신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창업'실현의 교육수단으로 도입한 국제박람회 참가가 좋은 예다. 현장 활동전문가를 초빙, 그들로부터 실무와 트랜드를 파악하는 디자인세미나(정규교과목)와 창의창업 워크숍(비교과)도 그 연장선상에서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2012년부터 4년째 지속해온 이종 학문간 융합수업(2014년 6개, 2015년 3개학과 참여)도 창의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IT와 농업이 융합된 제품서비스 모바일 앱 개발 등 다학제(서로 다른 학문간 제휴)적 융합을 통한 문제중심학습(PBL)역량도 키워나가고 있다. 2015년 경기도 용인의 'MBC 대장금 파크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지도 이상선교수)는 그 결과물로 MBC와 사업화를 위한 MOU까지 체결했다.

최근엔 깜짝 놀랄 만한 성과도 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즈'의 9회 대회(2015년 겨울 개막)에서 출품한 디자인학과(지도 김나무, 박희성교수) 학생들이 대상과 금·은·동상을 석권(2016년 7월 발표)한 것이다. 이 대회는 건축과 패션에 인테리어와 그래픽까지 전 분야의 디자인을 망라하며 지속가능을 주제로 삼아 그 명성이 급부상중인 저명한 디자인 어워드인데 대상과 금은동 석권도 전례가 없지만 한국학생의 수상 역시 처음이어서 한경대 디자인학과는 이 대회를 통해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취업율도 높습니다. 전형적인 푸시(Push)전략 외에 풀(Pull)과 푸시앤풀(Push and Pull) 취업전략을 동시에 추진한 덕분이지요. 2011년엔 66.2%로 19개 국립대학 중 1위(대학정보고시/예체능-디자인계열)였고 이듬해엔 2위(62.2%)에 올랐습니다."

취업전략에서 '풀'은 '당기다'는 뜻 그대로 산업체 대표를 학교로 초청해 즉석인터뷰를 성사시키는 것이고 '푸시'는 직접 찾아가 면접에 응하는 것이다. '졸업 전 취업'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도 공격적이다. '구인구직 데이터베이스'까지 동원하는데 거기엔 질문서를 통해 미리 수집한 각 회사의 직무요구능력, 업무강도 등의 구인정보가 무수히 축적돼 있다.

한경대 디자인학과엔 또 하나 특별한 점이 보인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디자인가치 창출교육'이다. 주로 안성·평택지역을 기반으로 삼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퍼즐(전자전기제어학과와 융합개발), 자폐장애 작가 그림을 활용한 카드 제작, 탈북청소년학교 학생에게 각자의 개성을 시각화 시킨 로고디자인을 만들어 머그에 인쇄해 졸업선물로 주는 '자존감 증진 프로젝트'가 그 예. 2016년엔 탈북학생과 재학생이 각자가 느끼는 지금 '24시간'을 화폭에 담는 콜래버 작업도 진행했다. 이 24점의 그림은 '같은 공간, 다른 시간, 하나의 코리아'라는 제목의 책자로 엮여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출품됐는데 특히 독일인의 관심을 샀다. 탈북학생의 정착과 언어소통을 돕기 위한 웹툰(미디어문예창작과와 협업)도 개발했다.

:장학금: 40여 개의 교내외 장학금이 지급중이다. 수능1등급 입학생에겐 재학기간 전액 장학금이 주어진다. 생활장학금과 기숙사 제공에 해외유학까지 포함된 HK리더스 장학금도 있다. 외국어 및 성적우수자에겐 장학금과 해외유학 기회가 제공되는 '글로벌 인재 장학프로그램이 있다.

한경대는 경기도에 유일한 지역거점 국립대학교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로 한 시간, 서울 성남 부평 평택엔 통학버스가 운행한다. 기숙사 수용인원은 1462명.

이종승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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