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홈쇼핑에 축적된 빅데이터, 벤처 아이디어로 활용법 찾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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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네트워킹’ 해외 행사 2년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인터뷰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60·사진)은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새로운 본사 사옥 설계를 하던 중에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첨단 기업들은 어떤 집을 짓고 사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허 부회장은 사옥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와 함께 또 하나의 결심을 안고 돌아왔다. 벤처 투자였다. GS홈쇼핑은 그해부터 본격적인 벤처 발굴에 나섰다.

“원래도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보고 듣고 나니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이 든 거죠.”

17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소피텔리조트에서 만난 허 부회장은 벤처 투자를 시작한 배경을 ‘위기의식’으로 설명했다. 허 부회장은 그동안 “모든 성과는 직원들의 공”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해 왔다. 그러나 벤처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눈빛을 반짝이며 평소의 지론을 시원시원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허 부회장은 “벤처 생태계는 정말 역동적”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와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는 ‘함께 성장하는’ 것을 기본 철학으로 삼는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깜짝 투자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거나 기업 자체가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허 부회장은 “대기업은 절대 벤처와 같은 문화를 가질 수 없다. 그 대신 벤처 생태계를 조성해서 우리가 그 일원으로 들어가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허 부회장을 만난 곳은 ‘GWG(Grow with GS SHOP) 파티 2017’이 열린 장소였다. GWG 파티는 GS홈쇼핑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벤처들이 또 다른 벤처,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등과 만나는 일종의 네트워킹 행사다. 해외에서 개최한 건 지난해 중국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GS홈쇼핑은 2011년 이후 직접 투자 439억 원과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1262억 원 등 총 1701억 원을 벤처 업계에 쏟아부었다. 전자상거래 업체 텐바이텐과 29cm 같은 회사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아예 100%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회사의 벤처 투자는 미래사업본부가 주관한다. 그러나 허 부회장은 전 사업부문이 벤처 전략과 짙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아예 올해 임원 워크숍을 GWG 직후인 18, 19일 싱가포르에서 열었다. GWG에 행사를 주관한 박영훈 미래사업본부장(전무) 외에 김호성 최고운영책임자(부사장), 류경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임원들이 모두 참석한 배경이다.

허 부회장은 “대기업들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에 빠르게 대응할 만한 체질을 갖고 있지 못하다. GS홈쇼핑은 벤처 네트워킹을 통해 이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부회장이 미래 기술 중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빅데이터다.

세계 시장은 결국 사람들의 온·오프라인 행동 유형을 얼마나 면밀하게 분석해낼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거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허 부회장은 “GS홈쇼핑도 막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지만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모른다. 우리가 투자한, 그리고 앞으로 투자할 벤처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들로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허태수#벤처 네트워킹#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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