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女비율 낮아져… 더 두꺼워진 ‘유리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1기내각 장관급 77%가 백인男… 전체 지명직중 여성은 3명중 1명
입각한 여성도 남다른 고충 토로… 헤일리대사는 불륜설에 시달려


‘백인 남성 클럽’, ‘무척 남성적인 행정부’.

미국 언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남성 편향성을 지적하며 사용한 표현들이다. 미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여성 차별을 노골화하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 고위직 인사들 중 노골적인 성차별 언행으로 구설에 오른 이는 드물다. 한 예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아내가 아닌 여성과 둘이서 밥을 먹지 않고, 아내를 동반하지 않은 술자리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펜스룰’로 화제가 됐다. 펜스 부통령의 기독교적 여성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언뜻 상반돼 보이지만 언론은 “두 사람의 여성관은 가부장제라는 동전의 앞과 뒤”(시사잡지 ‘뉴 리퍼블릭’)라고 비판한다.

여성 배제 경향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시 1기 내각 장관급 인사 22명 중 단 4명의 여성을 기용해 질타를 받았다. 당시 흑인 남성 장관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7명(77%)이 모두 백인 남성으로 채워지자 언론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로 회귀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토안보부 장관에 키어스천 닐슨을 임명했고, 5월에는 지나 해스펠을 사상 최초의 여성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임명했다. 그러나 미 러트거스대 미국여성정치센터(CAWP)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장관급 이상 고위직 비율은 26%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못 미친다. 특히 전체 행정부 내 여성 지명직은 더 줄어 ‘유리천장’이 공고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틀랜틱지는 “오바마나 클린턴 행정부 내 여성 지명직의 비율이 5명 중 2명 정도였다면 현재는 3명 중 1명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유리천장을 뚫고 ‘트럼프 사람’으로 일하는 여성들 역시 남다른 고충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방송프로그램 ‘어프렌틱스’에 출연한 인연으로 백악관 대외협력국장에 임명됐다가 지난해 말 해임된 흑인 여성 오마로사 마니골트는 사임 후 ABC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내 유일한 흑인 여성으로서 불편하고 화나는 장면을 많이 봐야 했다”고 밝혔다.

한때 ‘트럼프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불륜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헤일리 대사는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옹호하며 소신을 밝혔다가 트럼프 대통령과도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트럼프#유리천장#여성차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