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잡스의 경영철학 ‘내 의지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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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Apple really beats to a different drummer. I used to say that Apple should be the Sony of this business, but in reality, I think Apple should be the Apple of this business.(애플은 다른 드러머에 리듬을 맞춘다. 나는 애플이 이 업계의 소니가 돼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실은 애플은 이 업계의 애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가 한 말입니다. 잡스가 오랫동안 일본 전자업체 소니를 사랑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애플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회사지만 잡스는 소니처럼 질 좋은 하드웨어 기기 제작에도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잡스는 계획을 바꿉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 어중간한 위치가 되느니 차라리 진출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로 승부해서 최고가 되자.’ 잡스의 말은 그 뜻입니다.

첫 문장에 주목해 주세요. ‘Beat to a different drummer.’ 여기서 ‘beat’는 동사로 쓰였습니다. ‘다른 드러머(드럼)에 리듬을 맞추다’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이것은 사실 줄임말이고 풀버전은 ‘march to the beat of a different drummer’입니다. 군대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군인들은 모두 같은 드럼(북) 소리에 맞춰 행진합니다. 그런데 다른 드럼(a different drum) 소리에 맞춰 행진하는 특이한 군인도 있습니다. 그런 군인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기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입니다. 잡스의 첫 문장은 ‘애플은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밀고 나가는 회사다’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이 대화 중에 ‘a different drum’이라고 말하면 ‘왜 갑자기 드럼이 나오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의지대로’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미국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표현입니다.

19세기 미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저 ‘Walden’(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호수 이름)에 실린 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If a man does not keep pace with his companions, perhaps it is because he hears a different drummer. It is not important that he should mature as soon as an apple-tree or an oak. Shall he turn his spring into summer?(만약 어떤 사람이 친구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다른 드럼 소리를 듣기 때문일 것이다(자신의 의지대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꿔야 하는가?)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애플 창업자#잡스의 경영철학#내 의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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