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18> 中, 美의 ‘핵태세보고서’에 대응 ICBM 요격 미사일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6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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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5일 우주공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하는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국방부가 6일 발표했다. 중 국방부는 ‘육지기반 중간단계 탄도 미사일 방어(MD) 기술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ICBM 요격 실험을 공개한 것은 지난 2016년 7월 24일 관영 중앙(CC)TV 메인뉴스 보도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당시 CCTV는 2010년 1월 11일과 2013년 1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이 ‘지상배치 중간단계 미사일방어(GMD)’ 체계를 동원해 요격 실험에 성공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CCTV가 3년 이상 지난 ICBM 요격 실험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것은 그해 7월 8일 한국과 미국 당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6일 이번에는 관영 언론 보도가 아닌 국방부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또 다시 ICBM 요격 실험을 공개했다. 그것도 실험 발사 하루 만에 즉각 공개했다. 무언가에 대한 무력시위로 실험을 했다고도 읽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가 2일 발표한 74쪽 분량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건군절 열병식에서 중장거리 ICBM을 공개할 것이라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NPR 보고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경고가 가장 비중있게 다뤄졌지만 중국 러시아와 관련된 대목도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핵무기를 줄이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 등은 정반대 행보를 보여 왔다. 이들은 새로운 유형의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무기 사용 전략과 계획을 늘렸으며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도 점점 더 공격적으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정례브리핑에서 “NPR는 냉전적, 제로섬 게임 사고 방식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핵보유를 늘리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발표대로라면 미국이 NPR을 발표한 지 사흘만에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를 비난하고 현장에서는 ICBM 요격 훈련을 시행한 것이다. 중 국방부가 “이번 실험은 방위적 차원으로 어떠한 국가도 겨냥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대립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8년 마다 발표하는 NPR에서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을 지목하고 중국이 이에 대응해 요격 실험을 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본다.

문제는 중국의 ‘내로남불’의 이중잣대다. 중국은 미국이 NPR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즉각 요격 실험으로 대응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로 배치되는 사드에 대해서는 ‘전략적 균형’을 깨뜨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포털 왕이(網易)는 “중국 전문가들은 (우주 공간) 중간단계 요격 미사일은 세계 평화를 지키고, 대국간의 전략적 균형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한반도의 사드가 미-중간 전략적 균형을 깨뜨린다며 반발하는 것이 무색하다.

중국은 사드의 X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한미가 주장하는 반경 600km가 아닌 2000km까지로 임의로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중서부 지역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한반도를 넘어 일본까지도 탐지하고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이 운용중인 후방산란수평레이더인 ‘OTH-B(over the horizon backscatter)’는 탐지거리가 3000㎞에 이른다. 한반도 전역을 충분히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중국은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 체계인 SA-21b(S-400) SAM을 도입할 계획인데 S-400의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700㎞이다. 태안반도에서 100㎞ 정도 떨어진 산둥반도에 이 레이더가 배치되면 한국과 주한미군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특정국을 겨냥한 것이든 아니든 ICBM 요격 미사일 실험을 하고 관련 체계를 갖추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다만 중국이 사드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곱게만 볼 수 없는 것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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