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16>평창올림픽, 시진핑 주석에도 절호의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0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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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참가해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켜보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이번 주 만나 이 한마디를 한다면 세계는 깜짝 놀랄 것이다. 지난달 집권 2기를 시작한 시 주석의 ‘신시대 강국 외교’가 어떤 것인지 세계가 눈을 비벼 다시 보고, 중국 국내에서만큼이나 국제사회도 시 주석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뜻에 거스르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해 오고 있지만 시 주석이 평창 개막식 참가를 공언한 뒤에도 이에 정면으로 거스르며 어떤 도발을 할 수 있을까. 시 주석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해 한반도 긴장이 누그러지는 계기가 되면 중국은 자국의 한반도 3원칙(비핵화, 평화와 안정,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 실현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원만한 올림픽 진행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의 러시아 선수단 참가 불허 결정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보이콧 하지 않고 개인 출전은 허용한다”고 밝힌 것에 비할 바 아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에게 평창올림픽 참석을 요청했지만 “노력하겠지만 다른 고위급을 파견하겠다”고만 말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번 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수 등과 시 주석의 올림픽 참석을 맞바꾸는 ‘밀당’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시 주석에게는 평창올림픽 참석이야말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시 주석이 참가한 가운데 평창올림픽이 평화롭고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많은 공은 시 주석에게 돌아갈 것이다.

시 주석이 평창에 오는 것은 한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4년 후인 2022년 2월 베이징에서 제24회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인접국에 잇따라 개최를 허용한 것은 ‘흥행 품앗이’를 하라는 의미도 없지 않다. 그런데다 2020년 7월에는 제32회 도쿄 하계올림픽이 열린다.

IOC 산하 국제올림픽휴전센터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전 그리스 총리) 부의장은 최근 한국을 찾아 “평창은 2020년 도쿄 하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보여주는 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평창올림픽 참석은 ‘평창-도쿄-베이징 동북아 트리오 올림픽’ 성공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시 주석은 2008년 8월 국가부주석 시절 ‘베이징올림픽 영도소조’ 조장을 맡아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4년 후 최고지도자 경쟁에서 리커창(李克强) 당시 부총리를 막판에 제치는데 한 요인이 됐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이 중화부흥의 기치를 높이 내거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 성공적 개최가 갖는 의미를 시 주석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한국 정부는 12월 1일부터 내년 3월까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중국인에게 무비자 관광이 가능토록 했다. 이때 방문한 관광객은 5년간 유효한 복수 비자도 받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도 없던 조치다.

시 주석이 올림픽 참가와 함께 한시적이라도 ‘베이징과 산둥성’으로 제한된 한국행 단체 관광 제한마저 푸는 통 큰 조치를 내린다면 금상첨화다. 우리의 희망사항일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한중간 사드 앙금도 많이 사라지고 양국 관계개선에도 결정적인 전환기가 될 것이다.

시 주석이 평창올림픽 참가 등으로 남-북한과 북-미 긴장을 완화하고 동북아 정세 안정에 기여하면 인물난을 겪는 노벨평화상 후보인들 안 될까.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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