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조은아]일하는 여성이 임신하기 좋은 시기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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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라리사 워터스 전 상원의원이 퇴임 전인 지난해 5월 의회 본회의장에서 생후 2개월된 딸 알리아 조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며 웃고 있다. 라리사 워터스 전 의원 트위터 캡처
호주의 라리사 워터스 전 상원의원이 퇴임 전인 지난해 5월 의회 본회의장에서 생후 2개월된 딸 알리아 조이에게 모유를 수유하며 웃고 있다. 라리사 워터스 전 의원 트위터 캡처

조은아 국제부 기자
조은아 국제부 기자
‘일하는 여성이 애를 갖기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 1위’로 뜬 제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공격’, ‘러시아의 스파이 개입 의혹’ 등 정치, 경제 이슈가 떠오르던 날 기사 순위에 이런 제목이 뜨다니 의아했다. 알고 보니 다음 날인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110주년이었다. 영국 곳곳의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이 기사를 클릭했을 여성들을 생각하니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언제든지 축복 받아야 할 임신과 출산이 이런 연구 주제로 오르니 씁쓸한 감이 있지만 계획적인 워킹맘들을 위해 기사 내용을 공유해 본다.

FT에 따르면 2016년 미국과 덴마크 공동 연구팀의 분석 결과 31∼34세에 첫아이를 임신한 여성이 이보다 일찍 첫아이를 임신한 여성보다 돈을 잘 벌었다. 이 나이 여성들은 대개 업무에 능숙해 육아휴직 기간에 회사가 다른 직원으로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한국 여성들과 비슷한 고민과 조언을 전하고 있다. 8일을 전후해 해외 언론이 소개한 워킹맘을 위한 조언을 종합하면 이렇다.

① 육아휴직 기간 ‘잠수’ 타지 말라

인사 컨설팅 회사 맨파워그룹 북미 지사의 베키 프란키에비치 회장은 FT에 “회사 동료들과 육아휴직 중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아야 한다. 일터에서 나와 있어도 끊임없이 지식을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통 육아휴직 중인 여성들은 쳇바퀴같이 굴러가는 육아에 직장을 잊고 지내기 쉽다. 그랬다간 영영 직장에서 잊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간간이라도 직장 소식을 접하며 복직 후 커리어를 구상하고 미래 직무에 도움이 될 공부를 해야 한다.

프란키에비치 회장은 공부를 할 때 사회에서 수요가 많은 기술을 익히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서 소개한 미국 덴마크 공동 연구진의 분석 결과와 다른 의견을 보였다. 경력 단절을 우려하는 여성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애를 낳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쓰임이 많은 기술을 손에 쥐고 있으면 언제 애를 낳든 복직 뒤 회사에서 기반을 잃기 쉽지 않다는 조언이다.

②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공들이라

FT에 따르면 글로벌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의 전직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헬스케어 기업 ‘엔스라이브’의 회장인 론다 베티어 씨는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후배 여성들과 교류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조언을 받는 젊은 여성들은 자기 소셜미디어 계정에 베티어 회장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여 실천하는 모습을 올린다. 베티어 회장은 그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끼며 더욱 정성껏 조언하게 된다고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일하는 여성들이 육아와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좋은 멘토를 알게 되는 창구가 된다. 멘토가 있더라도 자주 만나기 어려운 워킹맘들은 소셜미디어로 멘토와 끈을 끈끈하게 유지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자기소개 내용을 제대로 꾸며 좋은 멘토를 끌어들이자.

③ 목소리를 높이라

영국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리틀 블랙 북’의 저자 오테가 우와그바 씨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대중연설을 하는 데 익숙해질 것을 조언했다. 여성들은 자기 의견이나 성취를 드러내는 데 소극적인 편인데 직장 내에서 더 드러내야 많은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은 보통 대중연설이라고 하면 100명이 앉아 있는 회의실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상사 앞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도 대중연설 기법이 쓰인다”고 말했다. 발표하는 데 익숙해지면 상사나 동료에게 업무를 설명하는 데 노련해진다.

④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라

인디펜던트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내보낸 특집 기사에서 시간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라는 팁을 줬다. 일하는 시간을 길게 두지 말고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양질의 성과를 끌어내자는 얘기다. 인디펜던트는 “뇌는 긴 시간 내내 최상으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에 마라톤식으로 일하지 말고 중간중간 휴식을 하며 짧게 집중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점심시간엔 스마트폰을 던져둬야 한다. 워킹맘들은 점심시간에 미뤄둔 업무와 집안일을 챙기기 쉽지만, 다른 시간에 직장과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⑤ 주변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두라

로즈 와인그래드 캐나다 메리엇호텔 부회장은 캐나다 언론 글로브앤드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주변에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둘 것을 권했다. 그는 “내 멘토들은 내가 열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문을 열게 나를 이끌어 줬고 내가 실제 문을 열었을 때 대단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그저 편안하기만 한 지인들만 주변에 가득하다면 자극이나 때로는 질투를 일으키는 멘토들을 찾아나서야 할 듯하다. 와인그래드 부회장은 “불편해지는 데에 익숙해져라”며 안이함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조은아 국제부 기자 achim@donga.com
#세계 여성의 날#워킹맘#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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