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국제유가, 더 내리지 않을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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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심혜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8월 이후 연일 상승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10월 초 배럴당 77달러(약 8만7800원)까지 상승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60달러 중반까지 하락했다.

유가 하락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졌다. 둘째, 미국 원유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 또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증산 계획을 밝힌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사우디의 원유 증산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사우디뿐 아니라 러시아도 최근 증산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두 나라의 원유 생산량은 이미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생산 감소량과 원유 수요 증가량을 넘어설 만큼 증산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6월 회의 이후 산유량을 늘리고 있지만 그 양은 여전히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증산된 원유의 25%가량은 생산이 불안정한 리비아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정치적 불안 요소가 많아 향후 원유 생산량이 언제든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이 다음 달 4일 이후 대(對)이란 석유 제재 재개를 앞두고 있는 것도 변수다. 이미 그 영향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란의 원유 생산과 수출은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한국도 현재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왔던 유럽과 중국, 인도가 수입 물량을 크게 줄였다는 점이다. 당초 시장은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재개될 경우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인 한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하루 50만 배럴가량의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인도와 중국, 유럽의 원유 수입마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공급 차질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제재의 영향으로 수입 기업들은 대금 결제나 신용장 개설에 어려움을 겪게 돼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5주 연속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계절적 요인으로 봐야 한다. 재고가 늘어난 주된 원인은 정제시설 유지 보수 시즌을 맞아 가동률이 떨어진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허리케인으로 미국의 원유 수출도 줄었다. 이 때문에 미국발 공급 과잉으로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심혜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국제유가#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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