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건설업, 첨단산업으로 진화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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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이태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제품 생산 과정이 자동화, 최적화돼 생산시스템이 더 똑똑해지는(smart factory)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초연결 시스템, 인공지능화에 기반을 둔 서비스 혁신까지 더해져 미래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장이 똑똑해질 뿐만 아니라 생산품이 똑똑해져 서비스까지 혁신된다. 제품이 똑똑해진다는 것은 제조업이 제품의 생산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생산자들은 이 같은 변화를 수용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자국 이기주의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건설산업도 4차 산업혁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건설산업을 서비스업이자 스마트 제조업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미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먼저 건설 생산과 공급의 철학을 기술 중심에서 서비스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도로, 주택, 건물 등 생산품의 전통적인 기능에 수요자의 니즈를 반영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산품을 설계·개발할 때 이용자의 경험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IoT 기반으로 서비스해야 한다.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경험치를 축적하고 자기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로를 예로 들어보자. 기존에는 이용자가 필요한 교통 정보나 사고 상황을 도로전광판을 통해 단순히 제공받는 수준이었다. ‘스마트 도로’는 속도, 변속, 차선 이용패턴 등 이용자 데이터와 노면 미끄럼 등 실시간 상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기학습(AI)을 한다. 이를 활용해 해당 이용자 및 다른 후방 운전자와 안전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주고받는 식으로 바뀌게 된다.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빅데이터화하면 더욱 구체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경험 데이터(이용자 자료)를 어떻게 확보해 가공할 것인가가 문제다. 이를 위해선 개인정보보호법이라는 장벽부터 넘어야 한다.

다음으로 건설 생산시스템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공장 제작과 주문 배송, 현장 조립 설치 등 이케아와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량·슬림화한 소재 혁신, 부재별 모듈화와 표준화, 현장 조립 및 자동화 시공법 개발 등이 요구된다. 모듈별 상태를 자동 진단해 교체하는 스마트 유지관리 시스템, 자동화 건설을 위한 위치기반 모델링 기술 등의 혁신도 필요하다. 시방, 조달 시스템 등 법제도 역시 기술 발전에 맞춰 정비해야 한다.

대표적인 기술혁신 사례는 3차원(3D) 프린터 기술이다. 이미 작은 규모의 제품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집까지 짓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를 건설산업에 활용하려면 적정 성능을 확보하는 혁신적 재료 개발과 모델링, 자동 시공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이 같은 건설산업의 혁신을 우선 적용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 산업으로의 변신은 최근 대두되는 스마트시티 서비스 개발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 건설 생산시스템 혁신은 새로운 시설물이나 노후 인프라 재건설, 재난지역 긴급 생활시설, 북한지역 사회간접자본(SOC)과 주택 건설 등에서 시작하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서비스 산업화와 스마트 공장화를 통해 건설산업이 시대를 선도하는 첨단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건설#첨단산업#4차 산업혁명#스마트 팩토리#인공지능#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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